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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pr 16. 2016

4월 하고도 16일

세월호 참사 2년 뒤 2016.4.16에

4월 하고도 16일이란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얻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너인데,
네가 없는 봄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다시 새봄이 온다한들,

새봄이 봄이 아닌 것을 누가 알까?

네가 없는 빈 뜨락에 꽃이 피고,
그 꽃잎 떨어져 누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꽃비로 떨어지는 수많은 꽃잎마다 새겨진 추억을 너와 나는 아는데,
너는 가고 없고,
나만 남아서 기억하는 추억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무심히 꽃잎을 밟고 지나갈 뿐 기억하지 않고,
지겨워하며 잊으려고만 할 뿐…
네가 없는 이곳에 4월이 오고 또 가도,
그것이 4월인지 아닌지 구분할 가치조차 잃어버린 것을….

벌써 덥다.
봄이 온 것 같더니, 봄이 아니다.
4월이 온 것 같더니, 4월이 아니다.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있을 네 생각에 나는 진즉 추위를 잊었다.
찬 바람 속에서 3보 1배를 하고,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고,

책임져야 할 자들이 한 겨울에 소방호스로 뿌리는 물에 젖어도

나는 추운 줄 몰랐다.
너를 향한 그리움은,
그리고 때 늦은 후회는,
내게 한 여름에도 벗을 수 없는 내복이었고,
걷어낼 수 없는 솜이불이었다.
그래도 나는 상관없었다.
너만 돌아와 줄 수 있다면….

나는 소망한다.
단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네가 내 곁에 머물던 2014.4.15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찰나보다 더 짧은 순간이라도 좋으니,

너를 한 번만 더 안아볼 수 있기를….
그러면 꿈속에서조차 희미해져 가는 네 모습이

어제 본 것처럼 다시 또렷해질 것 같아서….

2년 전 4월.
가라앉아야 할 것은
탐욕과 무책임, 무관심이어야 했다.
가라앉지 않아야 할 것은
꿈과 사랑, 관심이었다.

꽃 피는 4월은 바다 속에 가라앉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16일을 품은 4월은 2년 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너는 돌아오지 못하고,
희망을 버리지 못한 나는 홀로 빈 바다 위를 맴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또 어디에 있는 것일까?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속 같은 혼동 속에서

나는 날마다 2014년 4월 16일인데,

사람들은 2주기 추모식을 하잔다.

나는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잊을만할 때도 됐다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묻는다.

'너 같으면 그럴 수 있겠느냐?' 고….


아직도 여전히

돈에 대한 탐욕,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의 회피와 은폐,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은
유령처럼 우리의 머리 위를 둥둥 떠 다니는데,
그런데 또 4월이란다.
4월 하고도 16일이란다.

너는 아직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2015.4.16에도 비가 내렸고, 2016.4.16에도 비가 내립니다. 비가 눈물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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