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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n 02. 2016

어머니를 위한 장례미사에서

思母曲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엄마, 오지 않기를 바랐던 마지막 이별의 순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자식들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엄마께서 땀과 눈물, 피와 노력으로 키워내신 엄마의 분신입니다.

엄마는 우리를 있게 한 근원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 어린 다섯 남매를 희생으로 키워내신 엄마를 기억합니다.

몇 달을 설사와 고열로 죽어가는 저를 들쳐 안으시고 연약하신 여자로서는 멀었을 ‘강소아과’까지 뛰어가셨던 어머니.

간호사가 슬리퍼를 주었을 때에야 맨발이었던 것을 아셨던 어머니였습니다.

엄마, 맨 발로 그 먼 길을 뛰셨을 때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저는 엄마를 위해 맨 발로 뛰어 본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아픈 자식들 치료하시고 보살피시느라 정작 엄마는 병들고 약해지셨음을 이제사 압니다.


풍요로우신 엄마를 기억하겠습니다.

우리 다섯 형제,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부족함 없이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께서는 허름한 옷을 입고, 추운데서 머무시면 서도,

어린 자식들에게는 고운 옷 입히시고 따듯한 곳에서 지내게 하셨습니다.

단 것만 먹어서 단 것을 먹어도 단 줄 몰랐던 자식들 의 입에는 맛있고 단 것을 배부르게 주셨습니다.

쓴 것만 드셔서 쓴 것을 먹어도 쓴 줄 모르셨던 어머니께서는 거칠고 쓴 것을 배고프게 드셨음을 부모가 돼서야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인자하신 엄마를 기억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우리 자식들은 어머니께서 하신 백 가지 은혜 속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을 붙잡고 서운해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자식들을 책망하지 않고 사랑으로만 대하셨습니다.

오히려 못난 자식들이 저지른 백 가지 일 중에서 아흔아홉 가지 잘못과 불효는 용서하시고, 한 가지 잘한 일을 기어이 찾아내시어 칭찬하시며 고마워하시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자랑하셨음을 이제야 압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엄마께서 황망히 떠나신 먼 길을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 천륜의 고리를 갈라놓는 죽음은 숟가락입니다.

날마다 밥상 위에 놓던 엄마의 숟가락을 더 이상 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마주하고 앉은 밥상 앞의 엄마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목이 멥니다.

눈물을 홍수처럼 흘리면 엄마가 돌아오실까요?

‘쿵쿵쿵’ 가슴을 북처럼 두드리며 애통해하면 돌아오실까요?

엄마가 여행 가셨다 생각해봐도 벌써부터 그리운 엄마.

시간이 흐르면 엄마의 빈자리가 메꾸어질까요?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는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기억하겠습니다.

엄마께서 머무신 자리마다, 흔적마다, 엄마를 그리워하겠습니다.     


인자하신 엄마, 제 입을 빌어 말씀하소서.

  - 불효자식들이 간절히 용서를 구합니다.

  > 그래, 내 아들, 딸, 사위, 며느리들아. 나는 이미 용서했다. 사랑한다. 언제나 행복하거라.

  - 아버지께도 한 말씀하소서.

  > 사랑하는 여보, 그동안 행복했어요.

    사랑해주고 내 인생 끝까지 함께 동행해주어서 고마워요.

    건강히 사시다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또 기쁘게 만납시다.  


아름다우신 엄마를 기억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시고, 지나가는 아이에겐 사탕 하나라도 쥐어주시며 행복하게 웃으시던 마음까지 예쁘신 엄마.

알콩달콩 원앙처럼 사시다가 홀로 남겨지신 아버지는 저희가 더욱 잘 모시겠습니다.

우리 가족 행복한 삶을 위하여 지으셨던 희생의 주름 이제 거두시기 바랍니다.

모든 고통과 근심 내려놓으시고 시원한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시기를 바랍니다.

고생으로 상하신 무릎때문에 노년에 제대로 걷지 못하셨으니 이젠 하늘 나라 훨훨 날아 다니시기 바랍니다.

영정 속에서 모나리자 미소보다 더 아름답게 미소 지으신 모습 그대로 하늘나라에서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 님!

저희 어머니 백순 마리아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살아계신 주님!

저희 어머니 백순 마리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

저희 어머니 백순 마리아에게 영원한 구원을 베풀어 주소서.     



저희 어머니 백순 마리아께서 영원한 천국 하늘나라에 가시도록 빌어주시고 도와주신 신부님, 형제님, 자매님 감사합니다.

바쁜 시간 내어주시고, 먼 길 멀다 않고 찾아와 주시고, 멀리서라도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2016.6.1.

불효자식 정규석 유스띠노 올림

[善生福終日, 2016. 5. 음력 4.23, 양력 5.29]


https://youtu.be/7JF6BzB6W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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