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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02. 2016

청춘, 인생길

한 걸음, 한 발자국….
시간의 흐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가는 것들을 나와 상관없는양 지긋이 바라본다.
커 갈수록 내 품을 떠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은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기까지 하면서도 아쉽다. 어쩌랴, 성장하는 것은 변화와 독립을 의미하는 것을….

물불을 안 가리며 무서울 것이 없었던 나의 청년 시절. 때로는 부모님께서 아무리 재촉해도 한 없이 게을렀고, 때로는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허겁지겁 서두르면서 살아온 날들.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고, 하고 싶어서 한 것보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것들이 많았다.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한 것들은 훨씬 더 많았던 지난 날들. 내가 사랑하는 아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보고, 더 많은 것들을 이루도록 기꺼이 아들의 돋음 닫기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아들이 잘 성장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도록 응원해야겠다.


부쩍 약해지신 아버지께서는 "얼른 죽어야 할 것인데 왜 안 죽는지 모르겠다." 말씀하시며 가족 곁을 떠나 어머니께 가시려 한다. 날마다 한 걸음씩 멀어져 가시는 모습에 가슴이 메인다.
연세 드신 아버지를 보면서 미래의 나를 바라다 보고, 청년인 아들을 보면서 청년시절의 나를 본다.
아버지께서도 청년이었던 나를 보고 자신의 청년시절을 돌이켜 생각하셨을까? 내가 청년으로 자라던 시절보다 훨씬 더 거칠고 힘들었을 아버지의 청년시절. 책임 맡은 가족들로 인해 포기하고 희생해야만 했었을 아버지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아들이 바라고 하고자 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부끄럽게도 아버지의 청년 시절 꿈은 여태껏 알고 있지 못했다. 스스로를 반성한다.


인생길!
순간순간 만났던 많은 갈림길에서 운명처럼 주어진 길을 선택해 걸어온 길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이 와버린 지금, 지나온 인생길을 뒤돌아다 보면 선택하지 않아서 가보지 못한 길들이 너무나 아쉽다.
사람 사는 세상, 수많은 사람들은 운명처럼 각자 자신의 길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일까?
매 순간 선택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살아온 날들이 모여 나의 청춘이 되고, 나의 인생이 되었다. 사춘기 시절 선택한 후 기술자로 살아온 인생 1막 40년. 지금껏 살아온 기술자의 삶이 결코 후회스럽지는 않으나, 2년 후 정년을 하는 것으로 이공계 기술자의 삶은 마무리하고 싶다.
인생 2막의 삶에선 솔직하지만 감정 없고 차디찬 기계가 아닌, 말이 통하고 따뜻하게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을 상대하는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인생 2막, 서툴고 두렵지만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도 이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해 볼 것이고 할 수 있다.

발아래 저만치 냇물이 흘러간다.
산골짝 연초록 이끼 속에 숨어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내려온 실보다 더 가느다란 물줄기에서 시작한 냇물이다. 버들치와 다슬기의 속삭임을, 바람을 사랑한 물잠자리의 이야기를 안고 흘러내려온 냇물이다.

냇물은 물의 소년기이며, 강은 물의 청년시절이다. 강과는 차원이 다르게 넓고 깊으며 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금기를 함유하고 있는 바다는 물의 인생에서 2막의 삶이 아닐까? 흘러드는 모든 물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여유로운 바다. 품어 안은 소금으로 음식의 맛을 내주고 썩지 않게 하며, 강에서는 떠 올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항공모함도 뜨게 하는 힘을 가진 바다가 아닌가.

인생 2막도 그렇다. 바다와 같아야 한다. 오는 사람 막지 않으며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자신과 세상을 통찰하여 치유하는 바다처럼 넉넉한 삶이 되도록 지금도 애써 통합의 삶을 연습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물의 흐름이 아닐까? 끊임없이 흐르는 물. 웅덩이에 고인 물은 넘쳐흐르기 위해 기다리는 것일 뿐 결코 멈추어 섬이 아니다. 흐르는 냇물을 보면서 과거를 돌이켜 본다. 인생에 있어서 선택해온 많은 순간들이 실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삶의 필연적인 흐름에 순응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물이 자신을 담은 자연에 순응하여 흐르듯이 나 역시 한 줄기 바람이고 하나의 물방울과 같은 자연의 일부임을 의식한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니 청춘의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니 바위틈에서 솟은 물은 바다에 가 있었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나이 든 모습의 내가 진정 나인지? 아니면 꿈속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젊은 시절이 꿈이었으려나?

백두산 천지
백두산천지 아래 폭포
융푸라우의 물방울들
융푸라우의 눈 녹은 냇물
파리 센 강
제네바 시내를 관통하던 혼느 강
바다 같았던 제네바 호수
프라하 블타바 강
대만 계곡과 강
중국 닝샤 인촨시 전망대 아래를 흐르던 강
홍콩섬 남중국해 바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 남태평양 바다
영암(목포) 한라 중공업 앞바다
완도 신지도 바다
거제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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