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돈 story

DON #7 1945년 미국 링컨 1센트

by 동닙

1945년 미국 링컨 1센트


1945년 링컨 1센트(일명 ‘윗페니’·Wheat cent)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그리고 전후 미국 경제가 세계 질서의 중심으로 도약하던 시기에 발행된 작은 동전이다.


KakaoTalk_20251220_034237296_01.jpg
KakaoTalk_20251220_034237296.jpg

기본정보


1945년 링컨 1센트의 정식 명칭은 Lincoln Wheat Cent 혹은 1945 Lincoln Penny이다. (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1센트를 ‘penny’라 부름)


앞면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오른쪽 얼굴 초상이 자리 잡고 있고, 좌측에는 “LIBERTY”, 상단에는 “IN GOD WE TRUST”라는 국가 표어가 들어가 있다. 날짜 “1945”와 함께, 필요할 경우 연도 오른쪽 아래에 덴버 조폐국을 뜻하는 D,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을 뜻하는 S 같은 민트마크가 찍혀 주조장을 구분해 준다.


뒷면은 두 줄기의 밀 이삭이 양옆을 감싸는 전형적인 ‘윗센트’ 디자인으로, 중앙 상단에는 “ONE CENT”, 하단에는 “UNITED STATES OF AMERICA”, 그리고 가장자리 상단에는 “E PLURIBUS UNUM(다수로부터 하나로)”라는 라틴어 표어가 새겨져 있다. 이 밀 이삭 도안은 미국 농업과 풍요, 그리고 근대적 생산력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이 작은 동전이 여전히 ‘평범한 노동과 일상 소비’의 영역에 속한 화폐임을 보여준다.


1944년부터 1946년까지 이 동전은 95% 구리와 5% 아연으로 이루어진 황동 합금으로 주조되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수 물자에 막대한 구리가 투입되면서, 1943년에 한시적으로 아연도금 강철(소위 ‘스틸 페니’)로 재질을 바꾸었다가 다시 구리계 동전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정착된 조합이다. 전선, 탄피, 각종 군수품에 쓰였던 구리를 절약하기 위해 재활용 탄피 등에서 회수한 금속을 황동 합금 형태로 재가공해 사용하는 방식이 동전 재질에도 반영된 것이다. 무게는 약 3.11 g, 직경은 약 19 mm로, 전형적인 구리 링컨 센트와 동일 규격을 유지한다.


도안의 역사도 흥미롭다. 링컨 초상은 1909년, 링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1센트 앞면에 등장했다. 미국 동전에 실제 인물의 초상이 정식으로 등장한 첫 사례로, 당시에는 “한 사람의 얼굴을 화폐에 새기는 것”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그럼에도 링컨은 노예제 폐지, 연방의 보존이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선택되었다. 이후 이 초상은 1945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뒷면의 밀 이삭 도안 역시 1959년, 링컨 탄생 150주년을 맞아 링컨 기념관 도안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반세기 가깝게 사용되었다. 따라서 1945년 윗센트는 링컨 초상과 밀 이삭이라는 ‘고전적 조합’이 완성된 형태로 살아 있는 마지막 세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가치


1945년 1센트는 미국 내 통화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에 대량으로 발행되었다.

전쟁 수행과 전후 재건, 군인 급여 지급, 국내 소비 증가 등으로 소액 화폐의 필요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민트마크 없음), 덴버(D), 샌프란시스코(S) 세 조폐국이 모두 생산에 참여하며 엄청난 숫자가 주조되었고, 덕분에 이 연도 자체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 연도’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오늘날 통상적인 유통 흔적이 있는 1945년 1센트는 대개 액면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 즉 수십 센트 정도의 수집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동전의 상태가 미사용(MS) 등급으로 올라가거나, 색조가 붉은색(RD)에 가깝고 도안 세부가 날카롭게 살아 있을수록, 또 특정 오류가 발견될 경우 그 가치는 여러 배로 뛰어오른다.

구리 동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BN)으로 어두워지거나 적갈색(RB), 혹은 선명한 붉은색(RD)을 띄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붉은색이 강하게 남아 있는 RD 동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필라델피아 무민트와 덴버 D는 대체로 흔하지만, 샌프란시스코 S 민트의 고등급 미사용 동전은 조금 더 주목받는다.



시대배경


l_2014031701002402600191152_59_20140324105307.jpg?type=w860 1945년 8월1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간호사에게 키스하고 있다. ‘종전 기념 키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사진은 당시 시사잡지 ‘라이프’에 실려 유명해졌다.


1945년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전후 세계 질서를 이끌 ‘경제 패권국’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에 서 있었다.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은 군수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대규모 공장, 조립 라인, 기술 혁신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고, 민수 경제로 전환되며 엄청난 생산력과 공급 능력으로 이어졌다.


194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23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당시 2위였던 소련의 약 466억 달러에 비해 약 4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런 격차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를 넘어, 미국이 전후 세계 경제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공업·금융·농업·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감히 따라오기 힘든 생산 능력과 자본 축적을 갖추게 되었고, 이는 곧 달러의 위상에도 직결되었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달러는 국제 금본위 체제 속 핵심 기축 통화로 자리 잡았다.

각국 통화가 달러에 연동되고, 달러는 다시 금과 연결되는 구조에서 미국은 통화·금융 질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중심 국가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마셜 플랜 등 각종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의 재건을 지원했다. 미국산 자본·기계·원자재가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 미국 내부에서는 군수 경제에서 민수 경제로의 전환이 진행되며 일자리와 소비의 기회를 확대했다. 1945년 링컨 페니는 바로 이러한 달러 체제와 전후 재건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일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 1센트 동전은 신문, 껌, 과자, 자동판매기 이용 등 수많은 소액 소비에 사용되며, 대량 생산된 상품들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과정의 가장 작은 단위로 기능했다.

소득 증가와 더불어 교외화(suburbanization)가 진행되면서, 자동차 중심의 생활 양식도 본격화되었다. 주유소, 수퍼마켓, 쇼핑센터, 극장, 다이너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현금 거래와 잔돈 교환을 반복했고, 그 속에 링컨 페니가 항상 끼어 있었다. 이러한 동전의 존재는, 전후 미국 경제가 단지 ‘거대 산업과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 가정의 일상 소비, 즉 평범한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숨 쉬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동전은 전쟁이 끝난 해,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며 달러를 축으로 한 새로운 국제 질서를 그려 나가던 순간의 산물이다. 스틸 페니를 거쳐 다시 구리·아연 합금으로 돌아온 재질의 변화, 링컨과 밀 이삭이라는 상징, 그리고 대량 주조의 배경에는 전시 경제의 긴장과 전후 부흥의 약속이 동시에 겹쳐져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ON#6 1945년 스위스 20라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