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케 Oct 14. 2020

잠깐만 참으면 되는데

결국 스스로 상처를 낸다

다리에 모기를 와장창 물렸다. 매 년 여름마다 이러는 것 같다. 그나마 작년엔 좀 덜 물려서 흉터가 줄었나 했더니 올해 또 생겼다. 다리가 흉 투성이가 되어 버렸네.


난 그렇다. 매년 여름 모기에 물릴 때마다 그 잠깐의 가려움을 참지 못한다. 살짝 가려운 정도일 때 조금만 참으면 흉도 안 지고 적당히 넘어갈 것을, 그 잠깐의 간질간질함을 참지 못해 긁어버린다. 남들이 하는 십자 긋기로 응급처치를 해 봐도 소용이 없다. 


그냥 내 성격이 그렇다. 모 아니면 도, 의식도 못 하는 사이에 그 간질함을 떨쳐내려고 계속 다리를 긁는다. 피가 나고 상처가 생겨서 가려운 정도가 아니라 따가워질 때까지. 난 그 오묘한 가려움보다는 차라리 아픔이 견디기 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대범함은, 오래오래 흉으로 남았다. 그래서 지금 내 다리는 흉 투성이다.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오묘함을 참지 못하는 나.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르는 도박을 걸면서도 끝까지 결론을 내야만 하는 성격. 지금까진 그게 옳은 줄만 알았다. 


어쩌면 알듯 모를 듯 그렇게 놔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마음에 상처의 흔적이 가득 남은 이제야 깨달았다. 무작정 감정에 솔직한 건, 어른들의 세계에선 어쩜 가장 이기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2015년의 일기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를 아빠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