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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케 Oct 26. 2020

내가 하는 효도, 진짜 엄마를 위한 걸까?

오히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걸지도


엄마 생신이 3주 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생신은.... 환갑!


스마트폰이 익숙해진 뒤에는 보통 생일을 캘린더에 저장해 놓거나 카톡 생일 알림으로 챙기곤 합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생일을 음력으로 쇠다 보니 매 년 아슬아슬하게 기억하곤 했어요.


음력 생일도 어떻게 잘 설정하면 캘린더에 자동으로 세서 뜰 수 있게 할 것 같은데.. 다음엔 꼭 해 둬야지 하고 매번 잊어버립니다. 심지어 올해 아빠 생신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당일에야 엄마가 알려줘서 알게 됐어요.



추석 때문에 찾아뵌 지 며칠 뒤였고, 당시 저도 다른 약속에 가는 길이었어요. 엄마가 전화만 하라고 하셔서 전화만 드리고 말았지만 미리 못 챙긴 게 죄송스럽더라고요.


전화드렸더니 혼자 취미로 하는 주말농장에 가 계셨습니다. 말씀은 괜찮다 하셨지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용돈을 보내드렸어요.



그 날! 엄마 생일도 이렇게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일정을 저장해뒀지요. 근데 저장해 뒀으니 그 때쯤의 내가 알아서 챙기겠지, 하던 생일이 어느덧 3주 앞으로 다가와 있었던 겁니다.


보통 생일도 아니고 그래도 환갑이잖아요. 아빠 환갑도 제대로 못 챙겨드린 게 아직도 마음이 쓰이는데. 뭐부터 준비해야 하지?


후다닥 후다닥 마음만 급하고


?? : 생일파티, 절대 사절

급히 남편과 일정부터 조율하고 그 날 저희 집에 초대해서 케이크와 선물을 해 드리자라는 간략한 기획을 했습니다. 음식은 제가 어떻게든 하면 될 것 같았고요. 선물을 또 뭘 사드릴지가 고민하다가, 일단 엄마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생일파티할 테니 그날 일정 비워달라고.


근데 엄마가요. 정말 고맙지만 괜찮다는 거예요. 됐으니까 그냥 김서방이랑 둘이 시간 보내라고. 아니 왜? 김서방이랑 아빠랑 동생이랑 다 동원해서 유난 떠는 게 싫은 거야? 그럼 딸이랑 둘이서만 외식할까? 선물만 드릴까? 용돈을 드릴까? 해도 다 ~ 안 해줘도 괜찮대요.


요즘 세상에 환갑이 뭐 별 일이냐고. 마음은 고마운데 그냥 요새 만사가 귀찮다고. 일 벌이는 거 자체가 귀찮으시다고요.


이런 마음이신걸까...


한참을 카톡으로 뭐라도 해라 말아라 실랑이하다가, 결론은 결국 엄마의 승리. 생일 당사자가 극. 구. 싫다는데 어떡하겠어요. 그래유. 알았어유. 하고 대화는 마무리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거예요. 왜 그러시지. 무슨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신 건가.


그러다 문득 이런 마음도 비집고 나옵니다. 아니 대체 왜? 귀찮아도 그냥 적당히라도 해주지. 예전에 아빠 환갑 제대로 못 챙겨드린 것도 내내 마음에 걸리는데.

 

신경쓰여요... 너무너무....


그러다 스스로 물었습니다. "엄마 생일파티하는 거,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야? 아니면 너 스스로 신경 쓰이는 일을 만들기 싫어서야?" 그렇잖아요. 엄마가 됐다는데. 엄마가 귀찮다는데. 굳이 굳이 안 한다는데 왜 안 하냐고 닦달 아닌 닦달 하는 제 모습이요.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겠죠. 엄마가 생일상 받고 행복한 모습도 보고 싶고, 저도 '그때 엄마 환갑 챙겨줄걸 ㅠㅠ' 하고 후회하고 싶지도 않아요.


말씀은 싫다고 하시면서도 막상 챙겨드리면 나중에 '아휴~ 난 됐다고 했는데, 애들이 이렇게 챙겨줬더라고~'하고 자랑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아휴. 사실 그냥 챙겨드리는 게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좋을 것 같은데, 효도가 참 어렵네요.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고 싶은 것 2가지.


1. 저희 엄마 왜 그러시는 걸까요?

2. 그래도 생일을 챙겨드릴까요,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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