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일은 끔찍했다.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가서 하루 온 종일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다니. 그게 어찌 사람의 삶이란 말인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학창시절은 그런 것만 있던 게 아니었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도 했고, 머리가 커지며 새로운 문화에 심취하기도 했으며, 사춘기의 쓸 데 없는 고민으로 청춘을 만끽하기도 했다. 어쨌건 돈 벌고 사람 구실해야 되는 부담감이 없던 그 때가 제일 마음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군대에 들어가는 일은 인생이 끝나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날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다시 군대를 가라면 차라리 죽겠다고 할 정도로 괴롭고 끔찍한 기억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하면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그 때가 내 인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게 되자 개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날마다 바쁘고 여유 없는 생활을 보냈다. 마치 내 인생이 죽은 것 같았고 언제나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도 참 좋은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직원들과 즐겁게 보낸 시간들이 어쩌면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청춘이었던 것 같다. 상사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돈도 벌어 어머니께 용돈도 넉넉하게 드릴 만큼 그 때가 사람 구실을 한 몇 개월이었다.
집을 나와 독립했을 때는 인생이 정말 끝났다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때가 내 인생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고 지냈던, 최고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이었다.
모든 괴롭고 어려운 순간들은 당시에는 정말 너무 싫어서 벗어나고 싶었건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때가 정말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인생은 얄궂다. 소중한 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막막한 지금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그 때가 좋았지' 하고 한탄하게 될 날이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