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 Aug 21. 2022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빛의 성질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기 1

빛이 많이 안 드는 우리집에서 이런 글을 쓰기는 참 쉽지 않은데. 

오늘은 할 말이 있을 수도. 

정말 햇빛이 강한 날이니까. 

오늘 딸아이랑 같이 교보문고에 갔는데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많았다. 졸졸 흐르는 인공 개울에 발을 담그고 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 사람들, 분수에 철퍼덕 앉아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보였고, 양산을 쓰기도 하고 아무 무장도 안 하기도 한 사람들이 땡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어디론가들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점점 햇빛 아래서 지쳐가고 나도 목이 탔다. 

지금은 오후 5시 30분. 햇빛이 많이 약해졌지만, 지금도 강하다. 

강한 햇빛을 보면 빨래를 널고 싶고 집의 축축한 기운이 날아가는 것 같아 창문을 열고 싶어진다. 

마음 속 곰팡이도 좀 지워지는 것 같고, 어쨌거나 햇빛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니까. 고맙게 생각된다. 

마침 오전에 빨래도 했다. 거실 창밖으로는 오전에 널어놓은 빨래의 실루엣이 비친다. 우리집 창문 맞은 편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산다. 우리집으로 배달되어야 할 택배나 식품이 그 집으로 배달되기도 해서 한 번 가보기도 했는데 가끔 집 근처에서 마주치기도 하는 고운 할머니다. 명절이면 딸들이 찾아와서 시끌시끌하지만, 평상시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할머니 혼자 살아서 그렇다는 걸 여기 산 지 한 3년은 되어서 깨달았다. 우리 건물 반지하에도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사신다. 가끔 마주치면 조금 수줍고 밝은 표정으로 사르르 웃는 할머니. 그집도 종종 딸이 찾아와서 살림을 도와주고 간다. 살뜰한 딸들. 나는 그런 딸이 아니지만. 


작가의 이전글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기 100일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