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썼던 입시학원 강사는 결국 시작하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됐고 아주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 이후, 번역 일에 매진하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 지 이틀만에 다른 학원에서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있는 학원인데 와서 가르쳐 보겠냐고. 그렇게 면접을 보고 다음주부터 학원에 출근하기 시작했고, 오전에는 집에서 번역하고 오후에는 주4일 학원에서 가르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랑 생활하는 게 적응이 안 돼서 참 힘들었다. 아이들이 에너지가 이렇게 높다는 걸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틈만나면 재잘재잘 떠들었는데 그럼 원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시끄럽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떠드는 게 무슨 문제인가 생각하고 놔뒀는데 자꾸 원장님이 들어오자 그럼 안되는구나 하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짜증이 많고 공부하기 싫다는 소리를 많이 했다. 그러자 원장님이 아이들 약점을 잡아서 그걸 걸고 아이들을 통제하라고 했다. 아... 그래서 떠드는 아이는 뒤로 보내기, 공부 더 시키기, 소리지르고 화내지 등 다양한 방법을 써서 아이들을 통제하고자 노력해봤다. 그러자 몇 주 뒤 원장님이 더 큰 소리로 아이들을 혼냈다. 그때는 나 여기서 일 못하겠다 싶었다. 옛날에 다니던 학원에서도 원장님이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치라고 하고 혼내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나만 너무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무섭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무거운 마음으로 원장님에게 그렇게 교실에 오셔서 소리지르면 내가 너무 작아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원장님이 의외로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에게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지 말라고 돌려 이야기했다.
내가 원장님의 신호를 잘못 받아들이고 계속 뻘짓을 해왔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화 안 번 안 내고 아이들을 통제해다는 전임 강사와 비교되지 않으려고 화를 안 냈고, 다음에는 자꾸 와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지르는 원장님을 따라 힘들어도 화를 내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해서 다시 방법을 바꿨다. 아이들이 떠들 때 작은 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더 작은 소리로 가르쳤다. 그랬더니 조금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은 참 민감한 것 같다. 활기차고 민감하고 그래서 휙휙 잘 변하는 신기한 존재가 아이들인 듯.
지금은 수업 분위기가 많이 잡혔다. 아이들과 싸우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너무 아이들이 많이 오거나 특별하게 버릇없는 아이가 와서 정신 없어질 때가 지금도 가끔 있지만, 잘 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 모두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