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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Feb 04. 2022

유퀴즈에 나온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

방송을 본 사람도 있고 나처럼 그 다음날 돌아다니는 영상을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하철 택배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하루 일당은 2,3만원 정도 되고 이것도 많다고 생각하신다고.

자식들이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하지만, 본인은 이 일을 할 때가 훨씬 몸이 좋은 것 같다고.

돌아다니는 돈이 아까워서 일을 기다릴 땐 지하철 역에 우두커니 앉아 있지만 틈틈이 드는 생각을 모아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자신이 쓰는 글 때문에 유퀴즈에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하신다고. 

조폐청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뒤 사업이 망한 후 이 일을 하신다고.


그동안 유퀴즈에 계속 대단한 사람들이 나와서 그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할아버지인데 참 울림이 컸다. 할아버지 눈빛이 그렇게 맑고 형형한지. 나이 들면 눈빛이 죽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려주었다.


우리 아빠도 은퇴한 후 사기를 여러번 당했고, 그 이유가 크게 한 방 터트리고 싶어서였다는 걸 이번 명절에 엄마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지하철 택배일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하루하루 잘 가꿔서 사는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오늘 무엇을 느꼈을까? 매일 똑같은 지하철에서 매일 똑같은 사람들을 마주치면서도 그날그날 느낀 걸 블로그에 적는다는데, 자판기 앞에서 커피 한 잔 뽑아서 나눠 먹는 부부를 보고 감상을 적었다는데. 나는 오늘 뭘 보고 뭘 느꼈을까? 매일 아무것도 변화가 없이 똑같은 하루하루라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바람을 넣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떠나고 모닥불을 피우고 넓은 산과 강을 바라보고 싶어했는데, 내 생활도 그렇게 뭔가 적을만한 일들이 많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창작을 가르쳐주신 김혜순 시인은 신이 우리 삶 곳곳에 보물을 숨겨놓았고 우리는 그 보물을 찾아서 시를 쓰는 거라고 했다. 어쩌면 내 보물은 매일 7시간씩 나를 책임지는 내 오래된 이불 속에, 햇빛이 들지 않아 형광등 불빛에 종일 의지하는 컴컴한 거실 탁자에, 닳아서 구멍이 뚫린 우리집 화장실 문짝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또 도서관 창문으로 바라본 분홍 구름이나 텀블러에 넣어간 인스턴트 커피를 후루룩 거리던 소리 속에, 또는 싸움이라도 났는지 시끄럽게 짹짹거리던 까치들의 꼬리에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하루를 골똘이 돌아보는 내 눈동자 속에 있을지도.


아, 유퀴즈 영상을 보여준 유투브 쇼츠에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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