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너무 어렵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급식 모니터링을 하러 갔다가 어묵을 배식해주고 왔다.
급식 모니터링을 전부터 해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안 됐다가 처음 하게 돼서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하지만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가서 경비실에 이름을 말하고 학교로 들어가서 급식실 앞에 서 있으니 영양사 선생님이 나와서 맞아주었다.
선생님은 급식에서 모니터링해야 할 점을 적은 종이를 읽어본 후 서명하고 옷을 입으라고 했다.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절대 못 외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은 후
머리에 부직포 덮개를 쓰고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썼다.
이미 조리는 모두 끝나서 마무리 설거지만 조금 남은 상황이었고 조리사와 다른 직원들은 배식통 앞에서 학생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 긴장감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조리실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배식대 앞에 섰다.
선생님은 우리 모니터링 요원 두 명에게 어묵 배식을 맡기겠다고 해서 어묵통 앞에 섰다.
선생님이 집게로 어묵을 들어보이면서 이만큼씩 주세요, 했다.
어묵을 배식하러 가는 길에 나는
다른 생각말고 집중해서 열심히 배식하자,는 마음으로 갔다. 그렇다고 어묵 배식이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실수할지 모르니까 집중하자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아이들이 와서 식판을 내미니까 어묵을 어디에 담아야 할지 좀 헷리고 집게로 적정량을 집는 것도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담아야 할 칸을 자꾸 넘어가서 다른 반찬과 섞이려고 하고 바닥에 몇 개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집게로 어묵을 집어서 식판에 담는 게 상당히 손이 아팠다. 의외로 쉽지 않았다.
내가 좀 힘들어 보였는지 영양사 선생님이 와서 집게질 힘드시면 바꿔드릴까요?라고 했는데 그래도 가오가 있지, 끝까지 해 보자는.... 엉뚱한 생각으로 계속 하겠다고 해서 끝까지 오뎅을 퍼서 담았다. 계속 옆 칸을 침범하고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이 담은 것 같아서 허둥대면서, 손가락과 손목에 지끈지끈한 통증을 느끼면서 쉬지 않고 담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모두 지나갔다. 아이들은 아주 평온하게 감사 인사도 잘하면서 잘 담아가고 배식하는 직원들도 다들 아주 차분했는데 나만 혼자 낑낑댄 것 같다.
우리 아이도 만나서 어묵을 퍼줬다. 밖에서 만나니까 새삼 더 반가웠다.
정말 식당에서 음식 퍼주는 사람의 내공을 그동안 몰랐던 걸 느꼈다. 아이들의 수를 세고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체크하고 잘 먹는지 안 먹는지 보는 많은 교사들의 노력도 보였다. 감사함을 왕창 느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