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의 경쟁심리
몇 년 전 내가 속한 한 단톡방에 새 멤버가 들어와서 시도때도 없이 장황한 의견을 펼치는 사람이 있었다. 참 박학다식하고 경청할 만한 의견이었으나 정말 심하게 말이 많았고 딱히 답할 말이 없어서 사람들의 반응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사람도 우리의 무반응에 동력을 잃었는지 곧 모임을 나가고 말았다. 지금도 참 독특한 분이었다는 말을 가끔 하고 있다.
그러다 요즘은 다른 단톡방 모임에서 혼자 말이 많은 신입 멤버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분은 매주 모임이 끝나면 그날의 감상을 길게 적는다. 그러면 모임의 리더가 정말 긍정적인 반응을 해준다. 그럼 그분은 또 거기에 답변을 하고 그런 대화가 오간다. 모임의 성격상 늘 조용하고 자제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그 사람이 단톡방 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나이 많은 소수가 대화를 독점한다. 주로 자신들이 젊었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고 재미있는 일이 많았는지 이야기한다. 워낙 재미있고 재치 있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들 듣고 웃는다.
하지만 나는 집에 올 때쯤 내 시간이 아깝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마이크를 독점'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조금 사기가 꺾인다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문제인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지도 알고 싶지만 이런 걸 물어봤다가 뒤탈이 날까봐 말을 못하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런 분위기를 고치기 위해 내가 노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리더에게 내 의견을 말하고 대응책을 찾는다던가, 좀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내가 재미있는 화두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할 자신이 없다. 유능한 MC가 그래서 중요한가 보다.
또 나에게 들어오는 자극을 내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카톡 알림을 끄거나 대화 시간에 참석하지 않아서 내 시간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다른 혜택을 놓치므로 아쉬울 것 같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나는 내 길을 가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체념하듯 결론을 내면 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같다.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잘한 마음의 불편감을 알아채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걸로 다소 도움을 구해볼 뿐. 생기 있고 알찬 대화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기쁨과 반성의 계기를 심어주는 유능한 '진행자'가 우리 모임에 들어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