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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 Aug 14. 2017

현지화(Localization)의 어려움

문화에 맞는 UX디자인/ UX라이팅

현지화는 다국적 기업의 상품을 현지의 문화에 맞게 변형하는 절차입니다. 언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직역'이 아닌 '의역'에 해당하고요. 넓게는 제품이 출시될 국가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상으로 변형하는 절차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X세대 모두의 스승인 슬램덩크의 안선생님을 본명대로 '안자이 미쓰요시'라고 표기했다면 어땠을까요? 안선생님이 '안자이 상'이나 '안자이 센세'였다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짤방으로 남아 우리에게 교훈을 주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현지화의 효과가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취소를 취소할까요?

UX라이팅/디자인의 관점에서 현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해보겠습니다. 구글, 애플 등은 본사가 미국에 있고 미국인의 기호에 가장 최적화된 UX를 만듭니다. 이때 UX라이팅을 하는 사람도 미국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도 확장을 합니다.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을 추측해볼까요? 본사에서 만들어진 영어를 바탕으로 현지화 팀에서 번역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미국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어색한 말들은 제거되고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할 겁니다. 좋게 말해 담백하고, 다소 삐뚤게 보자면 기계적인 용어로 말이죠.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런 대화창을 접할 때 자세히 읽지 않습니다. 그저 익숙하고 눈에 띄는 단어를 쓱 보고는 선택을 합니다. 대부분은 첫 번째 선택을 하죠.

 

뭐야, 또? 에라 모르겠다. 이거! (가깝고 크고 잘 보이는 것을 선택)
뭐래니... 모르겠으니까 나중에 (취소나 나중에 버튼을 찾음)


Youtube Red의 멤버십을 해지할 때에 등장하는 대화창입니다.


그런데,  가장 크고 잘 보이는 익숙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통 '확인'이나 '네'라는 단어인데, 이 대화창에는 그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 편에는 '취소'가 아닌 '취소 안함'이 있네요. 저는 이 대화창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멤버십 해지가 안되면 제 체크카드에서 7,900원이 결제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읽고 '취소'를 눌렀습니다.


주의 깊게 읽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 대화창을 어떻게 바꾸면 될까요?

한 번 해보세요.


저도 한 번 해봤습니다.

'취소'를 '해지'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얼마라고요?

아래 그림은 왕년에 스마트폰 좀 썼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Foursquare앱의 검색 화면입니다. 저렴하게 한 끼 때우고 싶어 금액으로 재검색을 하려고 했습니다. 원화 표시로 찾을 수가 있네요? 그런데 ₩₩이면 얼마일까요? 0~99원 사이는 아닐 텐데 말이죠. 통화 표시를 달러로 바꾸어보니 $$로 표시가 됩니다. 제 추측에 ₩₩는 $$를 표기만 원화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즉, 10~99달러라는 얘기죠.

차라리 $로 표기했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로 표기방식을 구현하고, 언어 설정을 바꾸었을 때에 각 국가의 통화 기호로 자동 변환하는 규칙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손쉬운 국가 확산이 가능했겠지만 현지화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요.


틀린 말은 아닌데...

아이폰을 사용하신다면 한 번쯤 봤을 만한 화면입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어감이 좋지는 않죠?


pair·ing
1.[C] (둘이 짝을 이룬) 한 쌍; 짝을 짓기[이루기]

애플 현지화팀 채용이 시급합니다


이 공격적인 단어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Google Nexus 폰은 '페어링'으로 음차 번역을 했네요.

이 폰을 쓰는 사람은 다 이해할 겁니다. 어차피 안사ㄹ...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

'쌍으로'를 '서로'로 바꾸었습니다.



현지화는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버전도 잘 챙기기 어려운데 먼 나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 맞게 UX라이팅을 하는 건 정말 어렵죠. 실제로 이 역할은 UX 디자이너가 아닌 현지화 팀에 주어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번 글을 쓴 목적은 UX 디자이너 또는 UX라이터로써 우리가 많이 참고하는 글로벌 제품들의 사례가 결코 옳지 않다. 우리가 직접 사용할 서비스에는 더 적합한 문구를 쓰자는 차원이었습니다. 잘 챙겨 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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