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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Mar 21. 2017

갓 서른, 들춰본 스무살의 일기장 ⑥

쉬는 방법



공강이 생기거나, 갑작스런 휴가가 주어졌을 때

혼자 피난가기 좋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도서관이었다.

낡은 책들이 풍기는 냄새와 사각사각한 고요함이 

나한테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곤 했다.




공강일, 방학, 휴일, 휴가철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

'OO 음악을 들으며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욕심내서 빌린 뒤 

머리맡에 쌓아두다가, 결국 캐리어에까지 넣지만

비행기에서 읽다 잠드는 일...

이것이 휴식의 공공연한 일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마음을 놓게 하는 공간,

나를 환기시키는 일을 안다는 것.

쉴 줄 아는 것은 일할 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크게는 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정하고, 준비하면서 두근대는 과정이 

여행떠나는 것만큼이나 큰 쉼을 주곤 했다.


하지만, 여행을 매번 갈 수는 없고

 마음이 쓰이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갑자기, 자주 생기곤 한다.

목욕을 하거나, 머리를 하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껌을 세네개씩 동시에 씹기도 했다.

한 번에 씹기 힘든 큰 껌을 씹고있노라면

머릿속에 잡념들이 잠시라도 사라졌다.

먹고픈 리스트를 적어뒀다 먹으며 하나씩 지우기도 하고

쉽고 편하게 마음을 풀 방법을 군데군데 마련해뒀다.



시나리오를 읽고 회의하다보면

활자는 아예 꼴도 보기 싫은 날이 태반이다.

집에 와서 TV를 틀어만 놓고 멍하니 있다가

그런 내 모습이 싫어질 때 쯤, 동네 도서관에 간다.

굳이 책을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낡은 책 냄새를 맡으며 혼자 좁은 책 벽에 기대어

신간 제목만 보고 점수도 매겨보고

돌아다니다가 옛날 읽었던 책 제목을 보고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나를 만난다.



나를 리프레쉬할 수 있는 일.

지칠 때 몰래 꺼내 먹는 간식처럼

슬럼프에서 나가는 나만의 비상구

내 일상 군데군데에 숨겨놓아 본다.







번외로 도서관관련 일기를 들춰보다가  


'세상의 모든 사랑에 대한 말들과 

위대한 러브스토리가 가득 차 있는 공간'


한창 섹스앤더시티에 푹 빠져있던 어릴 적,

캐리가 뉴욕공공도서관에서 결혼을 꿈꾸려 했던 말에

너무 반해 노트 한켠에 적어두곤 했었다.


한동안 도서관 결혼식을 꿈꿨던 기억이 난다.

다시봐도 좋은 말,

또 한번 적어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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