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1. 취미가 뭐예요?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싶어서
내가 남에게 자주 물었던 말이 무언가 고민해봤다.
취미가 뭐예요?
취미 趣味
마음에 끌려 일정한 방향으로 쏠리는 흥미
전문이나 본업은 아니나 재미로 좋아하는 일
대답하려하니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보고 책읽는 건 직업이 되어버렸고,
운동은 종종 종목을 바꿔가면서 하지만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만 반짝이고,
음식도 먹고싶을 때만 가끔하는 수준에,
악기들은 다 방치되어 먼지만 소복히 쌓여있고..
돌아본 내 취미의 역사,
너무 짧고 얕은 관심들에 괜히 잘못 살았나 싶어졌다.
흥미나 재미의 영역이다 보니 자주 바뀌는 것은 물론
굳이 강제로 열심히 할 필요없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일정한 취미생활을 꾸준히 즐기지 못하고
재미를 쫓아 다양한 일들을 즉흥적으로 하는 쪽인 것 같다.
나는 항상 하나를 깊게 파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얇고 넓게 '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눈에 예쁘고, 구미가 당기는 것에 쉽게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들을 걱정과 불안을 안고서라도 몸으로 해보고만다.
얕고 짧은 관심일지라도 궁금증은 반드시 해소했던 것 같다.
이런 습관들이 다양한 상황이나 설정을 고민해야하는
내가 하는 일,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는 분명 도움이 됐다.
르 코르뷔지에전을 보고와서
그의 그리고 적는 습관, 그림에 대한 끝없는 애정에
새삼 놀라 많은 생각을 했다.
절대 이 짧고 가벼운 호기심들을 외면하지 말아야지.
때론 너무 쉽게 꺼져버리는 흥미일지라도,
몸으로 부딪히고 적어두는 습관은 버리지 말아야지.
언제 어떤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닥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주인공을 나는 이야기 숲으로 끌고 가야하니까.
그래서 내 취미는 뭐지?
내 마음은 일정치 않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흥미를 탐험하는 중이다.
요즘 내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따르려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몇가지 취미안에 나를 가둘 수 없다.
앞으론 누군가에게 취미를 묻는 일을 관둬야지.
요즘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했던 일 중 재미있던 기억이 무엇인지
그렇게 질문을 바꿔 내게도 던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