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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Apr 18. 2017

봄, 꽃, 그리고 낯섦 ⓛ

후쿠오카 여행 준비부터,



혹 여행을 준비할 때 설렘때문에, 미리 티켓팅을 '저지르는' 것 같기도 하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일정에.. 갈수있을 거라는 희망만으로 위약금을 건 모험을 하곤 한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먹고나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는지, 딱 1번 빼고는 다행히 취소하지 않아왔다.

매해 달력을 보면서 대충..이맘때쯤 여기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거나,

그동안 가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는 하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엔 벼뤘던 오사카로 벚꽃구경, 뉴욕 크리스마스-볼드랍여행, 그리고 번개로 다낭을 다녀왔다.

올해 첫 여행은 '후쿠오카'로 정했다.

여행을 가기전엔 보통 왜 여기 가고 싶은지 테마를 생각하는데, 이번 여행은 '휴식'

동행자가 시험을 마치고 가는 여행이라, 가깝고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고자..






비행기 예약을 마치면, 숙소예약까지 얼른 해치운다.

솔직히 말하면 장소나 목적에 따라 숙소에 대한 기대가 다 다른만큼, 이 과정은 재밌지만 퍽 피곤한 일이다.

비교사이트가 많아지고 정보가 많아지면서 표본은 늘어났지만 

또 일정과 맘과 예산과 동선에 맞는 딱 숙소를 만나려면 폭풍검색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


이 다음 과정이 내가 좋아하는 스텝이다. 그래서 여행 준비부터 기록해보고자 한다.

홀로 트래블 다이어리 같은 것도 쓰곤 하지만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하나 더 해보고싶어

조금 더 정제된 단어들로 남기고 싶어졌다.


숙소까지 예약을 마치면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진다.

설렘만 가득한 마음으로 출퇴근 길에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며 북마크를 남겨놓기도 하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서점에 들러 여행코너를 훑어보기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지..

어떻게 나의 자유로운 24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는다.


여행할 때 한 곳을 오래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시간도 여유도 그렇게 맘같이 되지는 않는 터라

최대한 사람 사는 구경을 하면서 그 도시를 보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편이다.

유적이나 문화재나 명소 구경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서점이나 도서관, 그리고 시장이나 마트.

특별히 책을 사거나 생활용품을 사지 않아도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어떤 표지들을 가진 책들이 비치되고, 어떤 섹션이 어디에 있는지 보고 있노라면 

왠지 이 도시를 더 알 게 된 것만 같아지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어떤 과일을 파는지, 술병은 어떻게 생겼고, 과자랑 씨리얼이랑 요거트 구경도 하고

반찬코너도 슥 보고, 꽃코너도 보고나면 왠지 여기 내가 잠시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서점이나 마트가 남들의 여행기나 여행책에 꼭 나오는 법은 없기 때문에, 

첫날 눈을 크게 뜨고 다닌 뒤 같은 길을 여러번 지나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기껏해야 일주일 남짓 있는 것인데도, 여행지에서 두세번 지나간 길은 왠지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봄꽃이 남아있을,

어쩌면 봄비가 촉촉히 내릴

후쿠오카에서의 4일 남짓한 여정을 찬찬히 그려가는 중이다.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좋지만, 그저 지금 나는 눈으로 머리로 먼저 여행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가 아닌, 평범한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닌, 그리고 무언가 해야하는 일이 없는!

그런 24시간들을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이리 채우고 저리 비우는 중이다.


여행 초반에는 정말 모든 스케줄을 꽉꽉 채우고, 볼거리 먹을거리를 꽉꽉 채워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여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여행을 거듭할수록 왜 내가 여기서까지 스트레스를 사서 받고 있나 싶어서,

정말 큰 틀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놓는 시간을 많이 두는 편이다.


그냥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쭉 두서없이 늘여놓고

그날 날씨, 컨디션, 상황에 따라 마음가는 대로, 또는 기대했던 대로 하루를 채워보려 한다.

오늘 비가 올 지, 햇빛이 쨍할지, 

내가 그림을 보고 싶은지, 수영을 하고 싶은지..

여행지의 24시간은 온전히 내 시계를 중심으로 돌아갔음 싶다.





다음주의 내가, 

봄비를 맞으며 온천을 하고 있을지

꽃길을 걸으며 공원을 거닐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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