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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Sep 15. 2017

시간의 나이

삶의 1mm를 찾아서



매일 결심하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일이 벌써 9개월째,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 중이다.


어디선가, 어릴 때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이 많아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익숙한 기억들이 거듭 반복되다보니 시간이 휙 지나가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끼리 의례 물어보게 되는

"잘 지내?"

나는 혹시 "똑같지 뭐.. " 라고 대답하지는 않았는지..


나 스스로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내일이 되는

그런 휙 지나가버리는 똑같은 오늘의 연속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내 시간을 나이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갖은 핑계로, 나는 나를 한정하고 있다.


아침에는 졸려서 안돼

출퇴근 시간은 만원 지하철 안이라 아무것도 못해

근무시간은 일하기도 바빠

퇴근하고 밥먹고 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주말에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어야해


왜 아이와 같은 풍부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것일까?

내 하루는 더 이상 호기심을 갖고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살아볼 가치가 없는걸까?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낯선 여행지에서 다르게 느껴졌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여행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시간과 마음을 열어놓고 쓴 그 날들은 때로는 며칠전의 기억보다 선명하고 예쁘게 남아있다.






내 하루를 내가 '똑같게' '휙 지나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 내 하루엔 내가 그동안 외면했던 섬세한 변화와 새로운 것들이 가득할 지도 모른다.

여행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도 시간을 돌보다보면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가 생겼다.


그래서,

내 일상의 사소한 1mm를 들춰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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