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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Apr 13. 2017

갓 서른 들춰본 스무살의 일기장 ⑨

 올해도 선물같은 한해가 되어줘



매해, 일기장 첫장에 쓰는 말이 있다.

올해도 선물같은 한해가 되어줘!




보통, 12월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하며 새 일기장을 쓰다보니

크리스마스, 내 생일, 연말, 새해.. 

일기장 초반에는 들뜬 마음이 가득하다.







"선물"


마음과 시간이 담긴 단어라 그런지

글자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말이다.

  

다소 솔직한 성격인 나도,

왠지 모르게 고마운 마음 표현엔 서툰 편이다.

안좋은 내색은 감출 수 없는데..

좋은 내색엔 쑥쓰러움이 앞선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나의 마음의 표현은

가끔 '선물'이 대신할 때가 있다.


지인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일기장에 적어두곤,

평소 눈여겨보기도 하고

받으면 기분 좋을 아이템들을 보면 체크하면서

나의 마음과 시간을 담아

선물을 고르는 편이다.

  



선물을 고르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어떤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꼭 쓸모있는 물건을 고를 때도 있고,

기분전환에 충실한 물건을 고를 때도 있고,

나라면 잘 안쓸 물건을 고를 때도 있고..


어떨 땐 너무 사주고싶어서 한참 전에 사두고는 

줄 날만 손꼽아 기다리기도 하고

기념일 당일까지 뭐가 좋을지 고민하기도 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받았던 선물들에는,

어떤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을지

들여다보게 하는.





꼭 좋고 화려하고 값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무심'이라는 말과 제일 어울리지 않는

'선물'이 나는 언제나 고맙다.



매해 소망하는 '선물같은 해' 

올해가 벌써 3개월하고 13일이 지났다.

나는 얼마나 내 2017년에 마음과 시간을 들여

내가 무엇이 필요할지 눈여겨보고,

내가 무엇으로 기분전환할 수 있을지 체크하고,

내가 하면 기분 좋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나의 3개월하고도 13일의 시간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고마운 선물같은 시간이었을까?

혹 '무심'한 시간이지는 않았을까..


꼭 '치열하게, 땀흘려서, 열심히'라는

보통의 기준에 속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오늘 하루를, 또 내일을..

선물같은 날로 채우고 싶다.





내게 필요한 것들로

내가 행복한 것들로 

나를 향한 내 마음과 시간을 가득채운

빈 상자일지라도, 결코 무심하지 않은

매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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