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빨강과 파랑 그 사이 어딘가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다.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
흔히 색은 다른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빨강은 '사랑', '열정', '불'이나 '흥분'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무엇이라면, 파랑은 그 대척점에 있는 것 같다. '안정감', '냉정', '물'이나 '차분'처럼 말이다.
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라색'을 말하면 서로 다른 색을 떠올린다는 점도 재미있다. 빨강이 조금 더 섞인 마젠타에 가까운 색도, 파랑이 좀 더 섞인 바이올렛 색도 모두 '보라'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묘한 이 색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색깔을 꼽자면 이 색으로 하고 싶다.
빨강을 열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 못할 거라면 아예 파랑이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캔버스의 반씩 채울 수 있는 두 가지 물감을 들고서 삶이란 큰 캔버스를 한 가지 색으로 또렷하게 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물감만 사용해야 한다면 반만 채우거나 아니면 물이 잔뜩 섞인 흐릿한 색이겠지. 한 가지 색을 끝까지 다 써버리고 나머지 물감을 그대로 버려버리는 것 또한 아까운 일이다. (결국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묻어나서 그럴 수도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예쁜 보라색이 되기로 했다. 필요할 때가 되면 빨강을 더 섞어도, 파랑을 더 섞어도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