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을 안다는 것
가을의 하늘이 너무 좋다.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도 너무 좋다. 가슴이 벅차다. 나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바람이 좋다. 흔들리고 있는 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괜히 살살 간지럽다.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바람에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사실 나는 겨울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의 흥성흥성한 분위기도 너무 좋고. 거리에 빛날 트리의 반짝임도 좋다. 이제 눈까지 내린 완연한 겨울이 되었으니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축에 속한다. 야호! (10월 말부터 들었음)
겨울에는 따끈한 붕어빵. 물론 팥붕이 진리지. 추운 거리에서 굳이 호호 불며 먹는 그 맛은 오직 겨울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고구마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냄새도 좋아. 고구마 냄비를 개시해야겠다.
연말이 다가오면 해야 할 준비가 하나 있는데,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음을 전하는 나만의 연례행사. 누구에게 전하면 좋을까 미리 고민을 해두어야 늦지 않게 마음을 전할 수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연말도 좋다. 한 해가 간다는 것은 감사했던 마음을 툭 꺼내 보여도 좋을 핑곗거리니까. 그리고 또 나 스스로에게도 지난 일들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명목이 되어주니, 2024년에 마음속에 케케묵었던 먼지를 잘 털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는 것은 내 주변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일의 시작인 것 같다. 삶이 무한히 이어질 것 같고 시간이 날 마냥 기다려 줄 것 같고 내 힘이 어딘가에서 자꾸 솟아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지만 어느 순간 나는 0에 수렴하는 길에 놓여있다. 앞으로는 모든 부분에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고심하여 골라야 하는 그런 순간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겠지. 그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에게 최선의 사랑들을 가득 채워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안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