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구란 무엇일까

"I hope you're happy."

by 다겸

2024년의 마지막 시험이 막바지에 이르고 드디어 짬이 나서 영화 <위키드:파트 1>을 봤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소설도, 뮤지컬도 접해본 적 없었기에 간밤에 눈이 소복이 내린 하얀 길 위에 첫걸음을 내딛는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다. 2시간 40분이라는 악명 높은(혹은 혜자라고 불리는) 러닝타임에도 작품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의 매력과 풍부한 음악으로 매 순간을 몰입시켰다. 마지막 넘버인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가 나왔을 때는 이렇게 저렇게 얽힌 감정들이 북받쳐올라 눈물이 쏟아졌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을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을 바라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위키드1.jpeg 영화의 두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는 진정한 친구가 된다. 출처: <위키드> 공식홈페이지.


하필 영화를 보기 전 날에

'나에게 친구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존재'라고 답을 했었다.



돈도 시간도 너무나 귀중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간의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유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 또한 계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관계들은 종종 '동료'나 '지인'같은 '친구'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가장 간단히 예를 들 수 있는 일문은 ‘회사에서는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라는 말이 아닐까? 반대로 서로에게 이익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했던 학창 시절이 많은 이들이 가장 순수한 우정을 나눴던 시절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학교 내 동급생들과의 경쟁이 심해지긴 했지만)


'친구'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가 참 쉽지 않다. 일단 대가 없는 만남부터 쉽지 않고, 혹여 친구가 되고 싶은 상대를 만나도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익어갈 시간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서로가 같은 마음을 내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어려운 점을 모두 알고 있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해관계를 떠나 온전히 나를 바라봐주고 응해주는 이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바쁜 스케줄 틈에 시간을 내서 얼굴을 마주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주고자 애쓰는 그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함께 있는 순간 최선을 다하고 감사를 표하며 때로는 응원을, 위로를 주고받으며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그리고 상대도 같은 마음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가까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은 지금부터 쌓아가면 되는 거니까.



얼마 전,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너 나 할 것 없이 그동안 미뤄뒀던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다. 나는 모르는 흥미로운 세상의 이야기, 그 와중에 그 많은 일들을 잘 해낸 친구가 기특하기도 하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말했다.

“오늘처럼 영양가 있는 대화를 한 건 오랜만이야.”


곰곰이 생각해 봐도 유별나게 한 얘기는 없었다. 유익한 강연의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깨달음을 줬던 책의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 멀어져 있던 시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것뿐인데,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을 왜일까. 잘은 모르지만 다행이었다. 어찌 보면 그 짧은 순간이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각자의 꿈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멀리서 응원하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상은 영화만큼 극적이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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