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위한 셀프선물
인상이 깊었던 크리스마스를 떠올려보려니 기억이 아주아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사랑해서 몇 달 전부터 캐럴을 틀어놓고 유난스레 굴어도 정작 당일에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방 안에서 소소하게 보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간 기억은 노란 봉고차를 타고 온 산타할아버지를 보며 엉엉 울었던 어린이집 시절(유치원도 아니고 무려...!)까지 다다랐다.
그러고 보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이번 크리스마스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나올 거리를 피해 소소하게 친구와 집에서 케이크나 까먹을 생각으로 다른 특별한 약속을 잡아두지 않았었는데, 같이 계획을 작당했던 친구의 컨디션 이슈로 정말 '나 홀로' 크리스마스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바(Bar)가 있었다. 오늘은 이브라서 갖가지 핑계로 집으로 일찍 돌아간 아이들 덕분에 일이 조금 일찍 끝났고, 저녁이 있는 삶이 쉽지 않은 나로선 카카오맵에 하트만 눌러두었던, 눈으로는 벌써 수백 번을 드나들었던 그곳을 가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특별한 날이라 예약이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2명은 안되고, 1명은 되더라... 야호! (근데 왜 눈물이...)
내가 방문한 곳은 음향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음료를 즐기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듣고 싶은 노래를 4곡 골랐다. 며칠 전부터 빠져있는 데이식스의 노래를 골랐다. 비싼 장비가 갖춰져 있는 곳이니까 웬만하면 공연 영상으로 보고 싶었기에 지난 콘서트에서 불렀던 'HAPPY'의 라이브 영상을 선정했다.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브리지 부분에서 울컥하는 원필 님의 모습이다. (캡처는 죄송합니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뭐 이대로 계속해서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So help me. 주저앉고 있어요.
눈물 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요.
Tell me it's okay to be happy.
이 노래의 제목인 'HAPPY'는 'I'm happy.'에서 온 것이 아니라 'May I be happy?'에서 온 것이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종종 '평소에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을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직접 내 입으로 하게 되었을 때, 뭉클함이 있다.'라고 한다. 나도 이번 2024년 동안 많이 쓰고, 말하며 이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다뤄지지 못하고 있을까. 물론 일희일비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미처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은 어딘가에 남아 쌓이는 것 같다. 차라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중압감은 꺼내놓기까지는 어렵겠지만 드러내면 누구에게나 공감받고 이해받겠지. 하지만 너무 잔잔해서 공기처럼 피부에 스미는 불안이나 공허는 어디 꺼내놓기도 부끄럽다. 나의 걱정마저도 주변의 것들과 견주어 그 크고 작음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세상이 얼마나 획일화된 기준들을 공공연하게 강요하고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한다. 힘듦도 눈치를 봐야 하는. 오히려 이런 얕은 감정들은 갓 내린 눈이 아주 작은 온기로도 사르르 녹는 것처럼 작은 위로나 공감만으로도 지워질 수 있을 텐데, 결국 찬 바닥 위에 쌓이고 쌓여 얼음 벽을 만드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에세이툰을 그리는 작가 '쑥'님(@ssuck_essay_toon)은 한 에피소드에서 '밝은 사람은 어둠이 없는 이가 아니라 어둠을 근면히 밝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늘 작은 행복들이 주변에 있음을 알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자꾸 외부의 자극들이 그것들을 너무 작은 것으로 치부하고 내게 없는 것만을 진정한 행복으로 정의 내릴 때마다 자꾸 흔들린다. 오랜 시간 중심을 잘 잡고 있었던 것만큼의 크기의 반동으로 휘청거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맑은 날 흘러가는 구름을 떠올린다. 지나가는 구름에 해가 가려 잠깐 어두워진대도 해는 그대로 거기에 있으니, 금방 다시 밝아질 것을 안다. 구름이 지나갈 것을 안다. 그러니 지금 조금 어둡대도 우리는 It's okay to be happy. 근면히 어둠을 밝히며, 때로는 노래 부르는 척 울부짖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