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순간
실은 나에게 힘이 되는 순간
내가 들었던 말 중에 참 감사했던 말은 그 사람이 한창 힘들 때, 나의 글이 감동이 되었다는 말이다. 마치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그렇다. 그냥 막연하게 힘내라는 말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에 나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말이 힘이 될지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적절한 말을 고민하다 미처 어떤 말도 건네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도 많지만, 내게 그 깊은 속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내 깊은 마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정성을 다해 긴히 고르고 고른 위로를 건네고 싶다.
힘이라는 게 물리적으로 보이는 것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힘을 낸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인데 지쳐 쓰러져 있을 때, 그동안 나를 지켜봐 왔던 누군가가 다시 힘낼 수 있음을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말과 행동이, 혹은 두려움 앞에서 한껏 작아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큰 나를 먼저 알아봐 주는 애정 담긴 눈빛이 무언가 새롭게 움직일 그런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어떤 크고 특별한 것들이 아닌 그런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난 가끔 이렇게 다 큰 어른들이 글을 쓰겠다고 일요일 저녁에 모여있는 게 좀 웃겨."
지난해 여름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벌써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을 향해 가던 어느 날이었다. 월요일을 기다리는 일요일 밤,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불빛이 어스름한 공간에 모여서 서로 쓴 글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그 시간. 무엇을 위해 이들이 이곳에 모여있는지는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각자 저 나름의 이유로 이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이제야 새삼스러웠다.
"누나가 제일 웃겨. 제일 멀리서 오잖아."
그 말을 듣고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 순간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지를.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생각들이 제법 읽힐만한 글로 적힐 때. 누군가가 그 글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갈 때. 그리고 다른 이의 알 수 없었던 표정 속에 숨어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그 얼굴에 비친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을 때. 그런 귀한 순간들이 좋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그만큼 귀중하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누며 누군가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그게 나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사람을 안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일루미네이터'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다른 이를 '연민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바른길로 나아가려고 분투하는 복잡한 영혼'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쌀 때, 그 시선은 그 사람이 경험을 온전하게 느끼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바로 곁에서 경험을 함께 나누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인간적인 연결'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진정으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꿈을 품고 기도해 본다.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애정과 더 넓은 마음으로 나와 연결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길. 그렇다고 너무 중심은 잃지 않고 행복하길. 애쓰지 않아도 또 서로를 소중히 여길 사람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길. 그 사람들과 더 행복하길. 그래서 매 순간 진심으로 감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