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갤러리에서 프로필에 올릴 사진을 검색했다. 하나같이 못났다. 작은 눈, 찡그린 얼굴, 자글자글한 주름살. 누르스름한 피부색, 메마른 입술. 70대 어머니는 나를 보며 주름살이 왜 이리 많냐고 딸들이 속 썩이냐고 묻는다. 본인도 많으면서. 엄마 닮아 피부가 얇아 주름살이 많다고 해도 곧이듣질 않는다.
나도 예쁘고 싶다. 나이 들었어도 탱글탱글 수분 잔뜩 머금은 피부, 우윳 빛깔 얼굴색에 붉은 입술, 커다란 눈에 까만 눈동자, 오뚝한 코를 갖고 싶다. 하루라도 좋으니 송혜교, 전지현, 이영애 같은 얼굴로 미모를 뽐내고 싶다. 텔레비전을 보다 이따금 생각한다. '저런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예쁜 여자들은 본인이 예쁜 걸 훤히 잘 알 텐데, 겸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나였다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왕싸가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쯤 예뻐 보고 싶다.
내가 외모로 언제 한 번 어깨 폈던 적이 있던가. 예쁘다고 할 만한 사진에 뭐가 있을까. 20대에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획득한 머릿발, 화장발, 옷발 총동원하여 겨우 건진 졸업 사진이 있다. 그리고 졸업 사진보다 더 공을 들인 결혼식 사진이 있다. 이마저도 미인은 아니고 준수하다고 우길 정도의 수준이다. 그 외에 외모로 주목받은 적은 없다. 건성으로라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 봤나? 아, 기억나질 않는다.
삼 남매 중에 가운데. 위로 오빠는 어린 시절 아역 배우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보는 사람마다 잘생겼다고 해서 부모님의 자부심이었다. 막내인 여동생은 오목조목한 얼굴에 키가 컸다. 물론 오빠도 키가 크다. 둘은 어깨도 넓다. 나는 누르스름한 얼굴에 축 처진 작은 눈, 좁은 어깨, 어중간한 키를 지녔다. 164cm면 작은 키는 아니지만 좁은 어깨, 짧은 다리가 전체적인 스타일을 망친다. 여기에 몇 번을 압축한 안경. 작은 눈을 더 작아 보이게 한다. 유독 나만 못나 보여서 그랬는지, 작고한 고모는 어린 시절 오빠에게는 잘생겼다고 칭찬하고 동생에게는 예뻐서 시집 잘 갈 거라고 했다. 내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차마 못생겼다고는 못 하니까.
딸아이가 다섯 살쯤에 문화센터에 가느라 마을버스를 탔는데 좌석 뒷면에 쌍꺼풀 수술 광고가 있었다. 첫째가 보더니 이게 뭐냐고 묻는다. "눈을 크게 하고 주름을 없애는 수술이야." 그러자 아이 눈이 동그레 진다. "그래? 그럼 엄마도 이 수술해." 당황한 내가 엄마는 수술 안 할 거라고, 네 눈 엄마 닮았는데 나중에 너도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눈을 크게 뜨며 "엄마, 내 눈은 커."라고 했다. 둘째는 다른 아이와 앉아서 노느라 그랬는지 광고를 못 봤다. 아마 대화를 들었다면 키득키득 웃었을 것이다. 남편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며, 장난 삼아서 성과급 받으면 부인 쌍꺼풀 수술 좀 해달랬더니, 그냥 살란다. 가족이 너무하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리거나, 돈 들여 스타일을 개선하면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한 때 라식이나 쌍꺼풀 수술을 고민한 적이 있지만 고민으로 끝났다. 병에 걸린 거 아니고는 몸에 칼 대는 게 싫다. 수술 부작용이 겁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 나게 잘생긴 거 아니고, 티 나게 못생긴 거 아니니 그저 생긴 대로 살자는 게 내 지론이다. 성형 외에 스타일을 개선하는 방법은 돈이 들어서 접었다. 사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꾸미는 데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고 게을러서 시간을 들이기도 싫다. 어떤 식으로든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외모에 한창 관심 많은 20대에도 남들보다 꾸미질 않았는데 애 둘 낳고 푹 퍼진 아줌마가 된 지금은 오죽하랴. 어딜 가든 운동화에 청바지, 티셔츠 차림이다. 좀 신경 쓴다고 하면 얼굴에 쿠션 팩트 툭툭 바르고 눈썹 겨우 칠하는 정도. 40대인 지금, 외모를 위해 여전히 노력하지 않으며, 여전히 못난 외모에 다소 주눅이 든다.
오늘 지점에 가서 입문교육을 받았다. 함께 교육을 받은 4살 아래 지원자 외모가 곱다. 눈에 띄게 예쁘진 않은데 자연스럽게 예쁘고 스타일이 좋은 분. 바로 이분 때문에 오늘 사진 보며 한숨이 나온 거다. 나는 잘생긴 남자 앞에선 주눅 들지 않는데, 오직 예쁜 여자 앞에서는 기가 죽는다. 엄마들 모임에서든, 독서 모임에서든 예쁜 여자는 낯설다. 예쁜 여자의 광채에 작아진다. 애석하게도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확률상 예쁜 여자들을 많이 봤다. 그때마다 왠지 쪼그라드는 이 기분. 이질감. 그런데 부럽다.
그 여자, 나보고 지적이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예쁘다고 했다. 나는 '지적이다'라는 표현을 '외적인 매력이 없다'로 이해한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지적 때문이다.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당신의 미모가 부럽다.
글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지만, 애당초 시답잖은 내용 일색이라 좋은 글은 못 된다. 지금 심경을 담아 이모티콘 하나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