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는 한 달에 두 편 글쓰기.
스마트 폰에 엄지 두 개면 쓸 수 있다.
1년 전 샌프란시스코 인근으로 이주하며 일상을 글로 써서 올려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러나 1년 내내 고작 3편의 글이 전부였다. 하루종일 유튜브 보고 드라마 정주행은 할 수 있을지라도 노트북 펼칠 여유는 없었다.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다. 각 잡고 글 쓰려는 폼만 잡지 않았으면 몇 편이고 줄줄이 쓸 수 있었을 터였다. 잘 쓰려고 폼을 잡으니 수시로 펼쳐들 수 없는 노트북만 하 바라보며 '사진 업로드하고 써야지, 써야지.' 속말만 몇 번을 되니이다가 '아뿔싸, 빨래 안 돌렸네, 어머나 어느새 밥때가 되었네.' 하고 만다. 스마트폰은 설거지할 때 드라마나 볼 요량으로, 빨래 개며 뉴스나 볼 심산으로 손에서 떠날 때가 없다. 엄지 두 개로 콕콕 터치해도 쉬이 쓸 수 있는 게 한글 아닌가. 작가도 아닌 주제에 고작 일기 쓰겠다고 노트북만 째려보다 말았으니 세월만 지나갔다. 폼을 빼면 될 일이었다.
이까짓 글 써서 뭐 하냐고 묻는다면 '비싼 값 치르며 타국 생활하는데 후일, 예서 산 경험을 추억으로나마 곱씹으려면 기록을 남겨둬야겠어서.'라는 게 답이다. 몇 년을 살지 모르고 왔으니 언제라도 남편에게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발령이 떨어지면 짐을 싸야 하는 형편이다. 40 넘게 인근 국가로 며칠 관광 다녀온 거 외에 해외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 모든 게 생소하다. 때로는 신선하고 때로는 버거웠던 1년 살이. 사진으로만 두기엔 아까운 풍경들. 사진으로 순간의 장면을 박제할 순 있을지 몰라도 당시의 느낌을 새겨 둘 순 없기에 글을 써야 한다.
문제는 '다른 일 먼저, 조금만 놀고 나중에' 하다가 쓰지 않고 묵혀둔 일화가 가득 쌓였다는 점이다. 순차대로 쓰려다 보니 밀리고 밀린 이야기들은 결국엔 마음 한 곳 구석진 곳에 버려졌다. 그러다 이제는 언제고 쓰마, 쓰마 했던 이야기들에 곰팡이가 피려 한다. 고작 1년인데 세월이 뒤로 훅 떨어져 나간 듯하다. 1년이 저만치 멀어진 것 같다. 풍토가 바뀌는 한국에 가면 오죽하랴. 여기서도 안 쓴 것을 그때 가서 쓸 성싶지 않다. 어느 이야기든 손에 잡히는 대로 먼지 털고 곰팡이 닦아서 정리해야겠다.
게을러서 축 처진 뱃살 빼겠다고 처음부터 격한 운동 하면 며칠 못 가 도망가기 일쑤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한 달에 두 편을 최소 목표량으로 삼고 엄지 두 개로라도 쓰겠다는 게 새해 글쓰기 다짐이다. 누가 내 글을 평가하리. 일단 올려놓고 나중에 수정할지라도 쓰자! 보라, 엄지 두 개로 벌써 이만큼 썼다. 새해 글쓰기 각오는 이만하면 됐다.
사진 없는 브런치는 뭔가 살짝 아쉬워서 비 오는 날 뒷마당을 찍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