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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미남 Aug 07. 2023

#004화 @뉴스 보면서 손은 왜 흔들어?

  내 ‘군쪽이 라이프’ 낙인에 추진력을 달아준 사건이 ‘또’ 있었다. 대부분 좋지 못한 사건은 긴장의 끈이 풀어진 일과 후에 발생한다. 병사들 대부분이 샤워를 마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시간. 뉴스를 보며 수양록을 작성하는 시간.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사회에서의 삶을 추억하는 시간에 군인의 자아는 긴장의 끈이 느슨해진다.     


  그날은 뉴스에서 한 가족의 모습이 나왔다. 뉴스의 배경은 ‘어떤 돌산’이었다. 아마 촬영은 헬리콥터에서 이루어진 것 같은데, 돌산 정상에서 그 가족이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당시 내 자리는 TV 바로 앞자리였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뭐에 홀렸던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내 오른팔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TV 속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막 세차게 흔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꽤 반갑게 흔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광경을 대부분의 선임이 목격했다.   

  

  “야, 너 왜 TV를 보면서 손을 흔들어?” 이 장면을 건너편에서 목격한 안○섭 이병이 험악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물어봤다.

  “...이병 문*우?” 나 역시 내 행동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라, 관등성명을 댈 뿐이었다.

  “아니, 네 이름 말고. 왜 흔들었냐고. 지금 TV 보면서 흔들었잖아.” 집요하게 물어보는 안 이병.

  “야! 내버려 둬. 얘 원래 좀 이상해.” 지난주에 밥을 빨리 먹으라고 재촉했던 이○환 일병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마치 내가 미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아니, 군대라는 곳이 사람의 정신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원래’ 이상한 사람이었던가.     


  사실 한차례 불미스러운 대화가 오간 이후 나는 내 이상행동에 대한 이유를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과 동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2주 대기’ 기간에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전화하러 내려갈 때도 혼자 갈 수 없었다. 신병이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너무 힘들어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통화할 때조차 동행한 선임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화를 했어야만 했다. 정말 힘든 얘기와 힘든 감정은 ‘선임들’이 원인인데. 오히려 그들이 나의 통화를 지켜보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대에 배치받은 후 나는 부모님께 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화를 아꼈다. 굳이 불편한 가시방석 위에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전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했다. 이런 감정의 역설 상태는 나를 내면에서부터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 같다. TV를 통해 화목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가족을 보면서, 나 역시 멀리 떨어져 있을 부모님께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난 잘 지내고 있다고, 잘 견뎌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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