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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미남 Jan 14. 2024

꾸준함에 대하여

  76일. 바디프로필 촬영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12시쯤에야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헬스장에 다녀왔다. 어제 저녁 식사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었다. 파들파들 떨리는 팔로 무거운 기구들과 씨름하고, 삐걱거려 걷기도 힘든 다리로 30분 동안 인터벌 러닝을 수행했다. 마침내 고문 같은 시간이 지나갔고, 샤워를 마친 뒤 나에게 찾아온 감정은 ‘상쾌함’이었다.


  이번 주에는 헬스장에 5번이나 나갔다. 나 자신을 진심으로 칭찬해 주고 싶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어떤 일이든 ‘꾸준함’을 갖고 임하는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 아마 그동안 나라는 인간에게 가장 부족했던 덕목이 아니었을까. 꾸준하게 공부하고, 꾸준하게 절약하고, 꾸준하게 운동하고, 꾸준하게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는 행위의 반복. 난 늘 이 자세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여러 실패를 경험했다. 알량한 머리만 믿고 시험 기간이 임박해서 몰아치기를 하느라 고시에 낙방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불규칙하게 소비한 결과 별로 모아 놓은 돈도 없다. 들쭉날쭉 운동하느라 바디프로필을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부끄러운 전력도 있다. 배달 음식을 끊자고 다짐해놓고 ‘오늘은 치팅데이니까!’라는 자신과의 안일한 타협으로 탄수화물 가득한 불짜장이나 불냉면을 시켜 먹기도 했다.


  ‘변화’는 ‘자기반성’에서 비롯된다. 자기반성은 나 자신을 ‘직시’할 때 시작된다. 정말 냉정하게 현재 내 상태를 내밀히 관조하고 해체하는 것, 그리고 인정하는 것. 그때부터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내 소비패턴을 파악했고, 지출계획을 세부화시켜서 허리띠를 바짝 조이게 되었다. 전에 다른 글에 썼던 것 같지만, 여러 의미 있는 작은 성공을 이루어냈다. 배달 음식을 끊고, 카페 커피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쇼핑을 끊었다. 내가 먼저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술 약속을 잡는 일도 없앴고, 어쩌다 부모님 댁에 가게 되면 가져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반찬을 꾸역꾸역 가방에 담아 자취방으로 가져오고 있다. 이 또한 더디지만 조금씩 통장에 돈을 저축하기 위한 꾸준함이라고 생각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해보지도 않아놓고 ‘나는 타고난 게 내구성이 약하게 태어났으니까’라는 핑계로 실패를 합리화하지 않기로 했다. 운동 계획과 식단을 세밀하게 작성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려고’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 만약 성공적으로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게 되면, 이 경험을 소재로 또 글을 써볼 계획이다.


  17일이 월급날이기에, 그날 바로 1년 치 인터넷 강의를 구매할 예정이다. 그리고 매일 내가 정한 3시간씩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할 것이다. 이것은 나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외치는 다짐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물론 바디프로필 촬영도, 시험도 결국 실패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삶이 꾸준하게 노력해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 ‘좌절’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좌절은 결코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좌절이라는 단어는, 그 자신을 밟고 한 번 더 일어설 기적을 부여하리라 믿는다. 꾸준하게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분야에서 실패했을지언정, 노력한 ‘개인’의 실패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에는 바디프로필을 찍고 말겠다. 오랜 세월 도전해왔던 시험에도 종지부를 찍으리라. 살이 빠지는 만큼 통장은 점점 통통하게 불려 가리라. 이 모든 일을 ‘꾸준함’이라는 덕목을 가슴에 새기고 시도해보겠다. 나와 같이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모든 이에게 심심한 응원의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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