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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미남 Feb 19. 2024

뻔한 PT(D-40)

  어느새 바프 촬영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고된 하루였다. 오랜만의 출근이었고, 계좌를 개설해야 했기에 수원에서 안양까지 원정을 다녀왔다. 은행에서 대기표를 뽑았는데 앞에 20명이나 있었다. 지루한 교수님의 강의보다 더 나른한 시간이 흘러갔고, 난 은행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번호표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나를 깨워주시던 옆자리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소소한 감사를 표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여러 번 고민했다.     


  ‘아, 오늘 하루만 운동을 쉬는 건 어떨까. 종일 열심히 일하고 돌아다녔으니, 오늘도 헬스장에 가면 병이 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내 발걸음도 습관처럼 헬스장으로 향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말자.’    

 

  이런 다짐을 하며 헬스장으로 올라갔다. 한참 러닝머신 위에서 지방을 태우고 있으니 트레이너 쌤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때가 된 것이다. 내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때가. 팔다리를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파들파들 떨며 운동을 마쳤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1층으로 내려와 카페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쭉 들이켰다.     


  “하…살 것 같다.”     


  그 순간 내 몸의 모든 세포에 ‘뿌듯함’이라는 글자가 새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기로 한 일을 정해진 시간에 묵묵히 하는 것’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세운 나 자신과의 약속과 원칙을 지키다 보면, 원하는 목표에 분명히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든다.     


  단 한 번의 타협은 쉽다. 하지만 그 타협은 곧 ‘그다음 타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쇼핑 금지’라는 내가 세운 약속을 어기고 옷이나 소품을 한두 벌 사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이번 달에 열 벌 가까이 옷을 사게 되었다. 물론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경각심은 든다. ‘역시 한 번이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 내가 나약한 내 의지와 타협했다면 어땠을까. 운동을 상습적으로 거르게 되지 않았을까.    

 

  두서없이 쭉 적어 내려갔지만, 어쨌든 오늘의 교훈. 내가 하기로 한 일을 정해진 시간에 ‘고민 없이’ 수행(遂行)하자. 이것은 곧 나의 심신을 갈고 닦는 ‘수행(修行)’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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