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의미

by 카미남


금요일. 퇴근 후 홍대입구에 왔다. 불금에 넘쳐나는 사람들,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기온마저 오르는 것 같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는 생경했던 이곳이, 이제는 내가 사는 동네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내가 거리에 부여한 의미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에서 이곳 홍대까지는 거의 2시간 정도의 간극이 존재한다. 30대 후반이 다 되도록 뚜벅이 인생을 살아온 터라, 대중교통에 스며있는 고통에는 익숙한 편이다. 그러나 2시간의 거리감도, 쏟아지는 인파의 피로감도 익숙해진 이유는 이곳이 지닌 특별한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첫 만남의 설렘, 수많은 데이트와 에피소드, 온갖 맛집의 추억들이 어우러져 '익숙함'이라는 감정을 낳았다. 생소했던 거리에서 휴대폰도 보지 않고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곳이 익숙하고 포근해진 건 여자친구의 공로가 크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 거리에 의미를 부여한 나의 의지가 더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고시생 시절, 노량진 거리의 색깔은 짙은 회색이었으니까.

거리가 지닌 의미는 각종 사건과 사고로 인해 가지각색으로 변해가겠지만, 내 손을 잡고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함께 걸어갈 사람과의 따스한 거리감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편안한 마음으로 거리를 걷는 내 발걸음처럼, 우리 인생의 여정도 너무 험난하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때로는 청국장 냄새처럼 구수한, 생마늘처럼 알싸한, 참기름을 한 술 두른 김치볶음밥처럼 고소한 풍미의 여러 의미를 곳곳의 거리마다 부여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살아있다는 건 곧, 반복되는 의미부여의 연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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