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나를 너무 돌보지 못한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을 충분히 살필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무슨 글을 써야 내 마음에 위로가 될까. 짧은 글을 작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요즘이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나를 잘 모르는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를 글을 쓸 때는 더 신중해진다. 직장에 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어떤 경위로 내가 고통받는지도 상세히 적을 수 없다. 사실, 그것을 상세히 기술해야만 마음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니까. 기계적으로 타닥거리는 소리가 역설적으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토닥여준다.
내 마음을 위로 해주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러닝.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은 러닝을 한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마음이 괴로운 날이 많았다는 거겠지. 귀에 이어폰도 꽂지 않은 채 달리다 보면 마음을 비우게 된다. 잡념이 사라지고, 몇 바퀴 지나왔는지만 생각하게 된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동작 역시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가을비 역시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 가을비로 인해 오늘 뛸 기회는 잃었지만, 그래도 좋다.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느끼는 고통도 대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작은 점조차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너무 많이 오지만 않는다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뛰는 것도 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나 자신, 칭찬한다.
역시 글을 쓰는 건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첫째,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글 쓰기. 둘째, 러닝. 셋째, 내리는 비 바라보기. 물론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혼자 싸구려 양주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며 OTT를 즐길 때도 있지만, 심신의 건강에는 역시 알코올을 배제하는 게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내가 글쓰기를 꽤 즐기는 인간이라는 게 다시금 실감이 난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통제의 이분법’을 내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세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눠진다. 타인의 말과 행동, 과거의 사건(지나가 버린 과거), 자연 현상 등은 내가 애쓴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생각’, ‘내 감정’, ‘내 행동’ 뿐이다. 나한테 벌어지는 일들을 부당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나를 더 강하게 성장시켜 줄 수 있는지 인식을 전환해서 생각하고자 한다.
시련이나 역경을 마주할 때 나의 감정,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내 생각을 토대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해서 좀 더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고로, 오늘 퇴근하면 뛰어야겠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그때만큼은 조금 더 옅어지기를. 내 마음의 짐도 한결 옅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