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스며든 풍경들
적적히 비어있는 하얀 방에는
무엇이든 넣을 수 있지
누군가는, 밝게 웃는 꽃다발을
누군가는, 빛바랜 사진을
누군가는, 따뜻한 모닥불을
이렇게 고요하던 방을 물들이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손끝이 닿기 전에 벽이 뒷걸음질 치며
애써 칠해놓은 곳에서 놀리듯 도망가더라
여기는 뭘로 채울래?
그렇게 쫓아가다 숨이 턱 차오를 때쯤
뒤를 돌아보면
거기엔 무엇이 채워져 있을까
달려가던 벽이 서서히 느려져
얕은 숨을 멈출 때
그곳엔 무엇이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