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하루에 스며든 풍경

by 달유하


밤공기는 늪이 되어 다리를 잡고 늘어지고

혼자 떠들고 있는 TV소리만 들리는 방 안에


하루를 애써 구겨넣은 머릿속을

털어내고 가장 먼저 기대는 곳, 베개 하나


푹신하게 무거운 머리를 받아주지만

매일 밤마다 눌려온 숨소리와

내려앉은 한숨들은


안에서 딱딱하게 굳어

암초가 되어버렸네


구겨진 베개 주름 사이로

숨기려다 흘러나오는

땀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매연 냄새가


끌려가버린 하루를

닻이 되어 애써 붙들고 있네


다시 아침이 되면

아무렇지 않은 척 펴져있겠지만


그 안은

여전히 뭉쳐있겠지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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