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랭 Nov 14.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5. 길고양이

이 겨울이 얼른 지나가길.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강아지들을 데리고 외출을 할 때에 기모가 빵빵하게 든 옷을 챙겨 입혀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이제 정말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다. 겨울엔 정말 산책을 하기 싫어진다.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나와 방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닥의 냉기가 발목까지 스며든다. 그래서 12월, 아주 한겨울이 되기 전에 아침 산책을 자주 나가야 한다. 저녁엔 따뜻한 집공기를 맞고 나면 다시 나가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에 강아지들 쉬를 누이려고 산책을 나갔다. 첸과 쿤을 산책할 때 보면 신기하게도 줄은 두 개로 따로 매고 나가도 꼭 같은 곳에 멈춰서 냄새를 맡고 마킹(영역표시)을 한다.


산책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마리 갑자기 한 곳을 자꾸만 맴돌았다. 작은 정원수들이 빼곡히 있는 잔디밭 위였다. 이리 킁킁 저리 킁킁 자리를 옮겨가며 자꾸만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 조심스럽게 나무 사이가 보이는 쪽으로 다가갔다.  숨겨진 것은, 하얀색과 검은색 털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였다. 잔뜩 웅크리고 수풀 속에 끼여 그대로 얼어 있는 고양이.







나는 너무 놀라 황급히 피해버렸다. 강아지들을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까 보았던 고양이 생각이 났다. 이 추운 날씨를 피하려다 그렇게 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지쳐 쓰러졌던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되면 스티로폼 박스와 종이박스로 길 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존경스럽다. 반려동물을 위해 노력해야지, 유기견 유기묘들을 위해 기부해야지, 이렇게 말로만 움직이는 나는 여전히 용기가 부족하다. 이 추운 겨울, 어디에선가 우리 집 아파트에서 보았던 그 고양이처럼 떨고 있을 길냥이들을 위해 간식을 조금씩 챙겨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그리고 조금 빨리 떠난 고양이가 하늘에서는 따뜻하게 포근하게 지내기를. 그렇게 기도해야겠다. 




instagram @dal_e_2 / norang_dal

네이버 도전만화 / 너라는 개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 너라는 개 고마워 : 4. 서열정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