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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Nov 19.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6. 갈등

첸의 입양 이야기-1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누운 채로 이불을 들춰 보는 것이다. 내 옆구리에 항상 밀착해 있는 녀석은 하얀 몸뚱이를 가진 '첸'이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고 있는 첸을 보고 있으면  근해야 하는 일도 잊을 만큼 그 얼굴이 사랑스럽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벌써 2년 묵은 이야기가 있다. 첸을 입양하게 된 일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식이는(지금의 신랑) 원래 하고 싶어 했던 와인 쪽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고 이래저래 사람들을 많이 만나러 다녔다. 하루는 청주에 계신 은사님을 뵈러 갔다 오더니 우리, 강아지 키울래?라고 물어왔다. 뜬금없는 이야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우리는 결혼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였다.


'첸'이라는 강아지는 교수님이 선물을 받은 강아지였다. 몇개월 정도 키우다가 개인 사정으로 강아지를 동생에게 보냈는데 첸이 너무 별나 키우기가 어려워지자 다시 입양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식이는 이 강아지가 아주 특이한 종이고 비싼 강아지라고 말했다. 왠지 목소리가 신이 나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비싸고 멋진 강아지를 키우고싶다는 흥분됨이었다. 나에게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이미 그 이야기는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 인듯 했다. '내가 잘 키울 있어. 이제 내가 프리랜서니까 집에 오랫동안 있잖아'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척 화가 났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구 쏘아붙였다. 그러자 화를 낸 나에게 짜증이 났는지 식이는 되려 '그러면 다른데 줘버리지 뭐!'하고 같이 화를 내었다.  


우리는 연애를 하는 동안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싸우더라도 대화로 잘 풀곤 했던 우리였는데 이 일 때문에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웠다. 남들은 결혼 준비를 할 때 혼수 문제나 결혼식 예약 때문에 싸운다는데 우리는 강아지 때문에 싸우게 되었다.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이 더욱 복잡했다. 예비 시어머니께서는 전화가 와서 제발 식이가 강아지를 데려오지 않게 말리라고 하셨다. 반려견을 오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어머님께서 너네가 신혼살림에 강아지를 어떻게 키울 거냐고 크게 걱정을 하셨다. 주변엔 너무 많은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데려오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주 동안 강아지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의견은 서로 좁혀지지 못했고 '이 사람이 원래 이렇게 벽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파혼을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이는 내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입양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데려오자니 키우는 게 무섭고 보내버리자니 나쁜 주인을 만나 또다시 파양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가 오히려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은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계속된 싸움 끝에 우리는 결국 첸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말썽을 부려 집안을 초토화시켜 놓으면 어쩌지, 혼자 집에서 외로워 엉엉 울어대면 어쩌지, 행여나 큰 병에 걸려 수술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지, 나이가 들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어쩌지 이런 생각은 일단 접기로 했다. 그냥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첸의 마지막 주인이 되어주자, 그렇게 서로 약속을 했다.

 


첸과 쿤의 입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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