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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Nov 22.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7. 훈련

함께 살기 위해서 했던 선택, 득이었을까 실이었을까.

결혼을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이는 언제쯤 낳을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아기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별 욕심이 없다. 아직은 나로서 사는 삶이 즐겁고 지금 하는 일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아이를 갖는다면 어떨까에 대한 생각을 종종해본다. 그럴 때면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자식을 자유방임주의로 키우거나 굉장히 과잉보호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라는 결론을 내린다. 

첸을 키우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강아지 칫솔, 치약, 침대, 옷, 강아지용 샴푸, 강아지 유모차 등 물건들도 비슷하고 강아지 자연식 요리도 아기 이유식과 비슷해서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나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첸에게 조기교육을 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첸을 데려오려고 하던 시기에 우리가 들어갈 신혼집이 계속해서 공사를 하고 있었고 빨라야 4-5개월 뒤에 입주할 수 있었다. 첸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우리에겐 집이 없었다. 결국 돈을 들이더라도 훈련소에 3개월 정도 보내기로 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 첸을 맡겼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꼬맹이를 훈련소에 보내려니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엄마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첸이 3개월 뒤에 늠름하고 똑똑하 강아지가 되어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그렇게 뒤돌아섰다.


1개월 반이 지났을 때쯤에 한번 훈련소를 방문했고 첸을 만날 수 있었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 면회를 간 듯이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오랜만에 만난 첸은 여전히 망아지 같이 펄쩍펄쩍 뛰며 온 훈련소를 헤집고 다녔다. 나와는 유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내가 첸을 잡아서 들어 올리자 첸은 온 힘을 다해 나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소장님께 얼마나 훈련이 되었는지 물어봤는데 아직 하울링(늑대처럼 아우우 우는 행동)을 잡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우리는 강아지를 데려올 수 없었다. 입주 시점이 자꾸만 미뤄지고 우리도 가구나 최소한의 물건들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훈련을 2개월 정도를 더 연장시키고 마침내 데려올 날이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훈련소 소장님이 강아지가 훈련이 전혀 되지 않았으니 돈을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받지 않을 테니 데려가라고 했다.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첸은 5개월 동안 훈련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우리 곁으로 왔다.


첸은 소장님 말씀대로 하나도 교육이 되어있지 않았다. 배변패드를 깔아 두어도 거실에 돌아다니면서 오줌과 똥을 싸 두었고 집을 비울 때면 집안을 초토화시켜놓았으며 울타리에 잠시 두거나 사람이 눈 앞에서 사라지면 엄청 큰 소리로 울어댔다. 그때마다 한숨이 났지만 첸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보면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는 어쩌면 조기교육을 시키는 엄마들처럼 우리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들보다 더 일찍, 더 빠르게 남들보다 더 똑똑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지낼 거라는 이유로 첸을 우리에게 맞추려고만 했지 첸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우리의 이기적인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주길. 



instagram @dal_e_2 / norang_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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