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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Nov 27.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8. 웨딩촬영 대작전

우리의 첫 가족사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꼭 해 보고 싶을것이다. 바로 나의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 나 또한 그런 로망이 있었다. 첸의 입양 문제가 결정되고 난 후 우리는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플래너를 만나 상담을 받았다. 나머지 조건이 나쁘지 않아 이쪽으로 결정할까 싶어서 이것저것 추가로 물어보았는데 우리의 관심사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중에서도 '스튜디오'였다. 그것도 좋은 스튜디오인지, 얼마나 잘 찍는 스튜디오인지보다도 오로지 우리의 관심사는 '같이 찍어도 될까요?'였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딱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전문 스튜디오가 있으니 웨딩촬영에 반려동물을 동반하는건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아예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우물쭈물 거리는 내 얼굴에서 마음을 읽기라도 했던 것인지, 식이가 먼저 웨딩플래너님에게 물어 봐 주었다.


"혹시, 저희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적잖이 당황한 듯 싶었지만 확인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바로 스튜디오에 전화를 거셨다. 어떤 답변이 나올지 몰라 손에 땀이날 지경이었다. 짧은 통화가 끝나고 플래너님은 'ok'사인을 보내왔다.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촬영하는 날, 메이크업을 받으러 옷을 갈아입으러 돌아다니느라 나는 너무나도 정신이 없었고 케이지에 갇힌 첸은 스튜디오가 떠나가라 울어댔다. 그렇다고 열어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킹(수컷 강아지들이 한쪽 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하는 행동)을 하고 촬영하러 온 다른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아댔다. 사진은 사진대로 찍어야 하고 첸은 첸대로 신경 써야 하고 너무나도 정신이 없었다. 결국 촬영하는 동안 첸을 계속해서 데리고 움직였다.


처음에 스튜디오 작가분과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다섯 콘셉트의 사진이 있으면 그중에 한 콘셉트만 강아지와 함께 찍을 수 있다고 했다.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그래서 첸을 오래기다리게 하지 않으려 맨 처음 콘셉트 사진을 첸과 함께 찍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던 도중에 작가님께서 강아지와 함께 몇 컷 더 찍어보자는 제안을 해 주셨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우리 곁에 첸을 데려왔다. 


첸을 앉혀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전혀 말을 듣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자꾸만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줄도 당겨보고 아기 돌사진을 찍듯이 작가님과 언니가 앞을 보도록 간식도 흔들어보고 이름도 계속해서 불러댔다. 그렇게 애를 써도 미동도 없던 첸이 일순간 카메라를 응시했다. 이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웨딩촬영 사진본을 받았을 때,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식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사진들에서는 썩소를 짓고 있던 것과 달리 첸이 등장하는 사진 속 나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다. 어쨌든, 우리의 첫 번째 가족사진은 대 성공이었다.



instagram @dal_e_2 / norang_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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