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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May 15.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19. 치킨의 추억

나의사랑 너의사랑 치킨


식이는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확실하다. 그 중에서도 정말로 좋아하는 ‘최애’ 메뉴가 있다. 바로 치킨이다. 기름에 바싹 튀긴 옛날 통닭도 좋아하고 달콤한 양념이 입혀진 치킨도 좋아한다. 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메뉴가 치킨이라고 나에게 자주 이야기 했다.


주변에 보면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은 밥대용으로 먹을 수도 있고 돈이 없을때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안주메뉴가 되기도 한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어느 배달앱 광고의 문구처럼 출출한 새벽에 시켜먹기 좋은 야식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날은 치킨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여름 쯤, 인테리어는 부족하지만 집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회사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기로 했다. 난생처음 하는 집들이라서 나도 식이도 준비를 많이했다. 앞접시도 한 사람당 하나씩 일일이 세팅을 하고 음식도 푸짐하게 보일 수 있도록 깔끔한 접시에 플레이팅을 했다.


사람들에게 우리집을 보여주는 것도 긴장되는 일이지만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오는 것이라서 첸이 흥분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거실에 넓게 쳐둔 울타리 안에 첸을 가두어 두었다. 사람들이 오고 우리는 술도 음식도 많이 먹었다. 준비 해 둔 와인도 다 마시고 소주도 맥주도 동이 날 쯤에 우리는 마지막 안주로 치킨을 시켰다. 이미 배가 많이 불렀던 사람들은 치킨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집들이가 되어 모두 만족스럽게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다. 우리는 부랴부랴 가둬 두었던 첸을 풀어주고 술상을 대충 정리 한 뒤에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일어났다. 첸은 얌전히 내 옆에서 몸을 말고 자고 있었는데 이불에 낯선 물체가 놓여 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어 눈 앞에까지 가져왔다.


‘이게 뭐지? 뼈?’

치킨이 왜 여기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문득 어젯밤 시킨 치킨이 생각났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나갔다. 뼈가 담겨있던 통이 어지럽혀 져 있었다. 첸의 짓이 분명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옛날에 어떤 드라마에서 강아지가 닭뼈를 먹고 죽었던 장면이 기억이 나서 곧바로 잠을 자고있던 첸을 흔들어 깨웠다. 다행히 닭뼈를 먹은 것은 아닌지 첸은 멀쩡 해 보였다. 많이 남아있던 닭은 닿지 않는 쪽에 치워뒀었는데 닭뼈는 나중에 버린다고 술상에 그대로 얹어둔 것이 화근이었다.



나때문에 하마트면 첸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아찔했다. 그 이후로는 되도록 밥을 먹고나서 바로바로 치워버린다. 정말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조금 더 조심, 또 조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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