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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May 30.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20. 옆구리 센서

나는 엄마 껌딱지!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엄마들이 곧잘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애, 등센서가 있어.”


아이들에게만 있다는 제 6의 감각. 아기의 등이 바닥에 닿으면 울거나 잠에서 깨는데서 나온 말인데 예전에 어린 사촌동생을 돌봐주면서 그 등센서를 경험했던 적이 있다. 사촌동생과 놀아주다가 동생이 졸기 시작하길래 바닥에 눕히려고 했더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등에 땀이 흐르고 팔이 저려왔지만 결코 바닥에 등을 내어주지 않아 결국 안은 채로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지쳐 잠이 들었다. 나는 하루뿐이었지만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오죽할까. 이렇듯 등센서는 새내기 맘들을 눈물 콧물 쏟게 하는 괴로운 것 중 하나이자 듣기만 해도 고달팠던 육아의 기억이 떠오르는 애증의 단어가 아닐까?


첸에게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귀여운 ‘센서’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옆구리 센서’. 옆구리 센서란 누워있는 사람의 옆구리가 몸에서 떨어지면 바로 눈치를 채고 다시 옆구리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아기의 등센서처럼 눈치가 빠른 게 비슷하다. 첸은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데 사람 중에서도 특히 새로 온 사람, 또 특히 누워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누워있는 손님이 있으면 아주 좋아한다. 곁에 있는 주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야장천 손님 곁에 머무른다.

하루는 집에 엄마가 오셨다. 엄마가 침대에 눕자마자 역시나 첸이 우다다 뛰어가서 옆구리에 찰싹 붙었다. 첸은 옆구리를 붙일 때에도 그냥 붙이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서 최대한 많은 면적을 밀착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래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옆구리에 붙일 때면 ‘끄응’하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나면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숨 쉬는 모습을 보면 무척 사람 같다. 엄마는 귀찮다며 자리를 이동해 보지만 첸은 벌떡 일어나 또다시 엄마의 옆구리를 차지한다.



“아유~ 야~ 너 왜 그러고 있어~~ 더운데!”


엄마는 첸에게 덥다며 핀잔을 주시지만 첸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의 배에 터억 하고 턱을 괸다. 그 모습에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웃다가 이내 첸을 안고 계신다.



첸의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종종 첸을 놀린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첸이 자연스럽게 우다다 침대로 뛰어온다. 그리고 끄응 소리를 내며 내 옆구리에 찰싹 붙으면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굴려 멀찍이 떨어진다. 그러면 첸은 어리둥절해하며 다시 몸을 나에게 밀착시킨다. 그리고 나는 또 데구루루 굴러서 이동하고 첸은 또 나를 따라온다. 그런 첸이 귀여워서 나는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만다. 나의 귀여운 껌딱지는 그래도 늘 내 곁에서 옆구리를 붙이고 잠이든다. 


instagram @dal_e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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