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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un 01.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21. 주말부부

그래도 네가 있어 다행이야.

주말부부에 대해서 흔히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 어려운 것을 우리가 하게 되다니! 10년을 같이 아웅다웅 한 부부도 아니고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인데 갑작스럽게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달갑지 만은 않았지만 식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에 나는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식이가 떠난 날 밤에 퇴근을 하고 돌아왔을 때, 여느 때와 달리 깜깜한 거실이 식이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첸에게 밥을 주고 왠지 울적해서 침대에 앉아 tv를 보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자 첸을 안고 펑펑 울었다. 쿨하게 보내주기는 했지만 몇 달간 함께 지냈던 온기가 사라져서 인지 눈물이 났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내 눈앞에 첸이 있는 것이었다. 첸은 내가 왜 우는지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안겨있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첸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익숙해져 갔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첸의 밥을 챙겼고 아침에는 산책을 시키고 밤에는 같이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주말부부를 하고 아마 제일 좋은 것은 첸일 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침대도, 사람도 독차지했으니 말이다.


오빠는 주말에 내려와 평일에 고생하는 나를 대신해서 꼬박꼬박 산책을 시키고 청소도 도맡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선을 지켜주면서 합을 잘 맞춰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의외로 우리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말들에 있었다.


“신혼에 혼자 살면서 강아지를 어떻게 키우니. 차라리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 낫지 않겠니?”

“첸이 얌전한 것도 아닌데 너무 고생이지 않아?”

“일하랴 집에 와서 청소하랴 그냥 다른 집에 보내~”


주말부부를 시작하고 오빠의 꿈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는 일하고 강아지 보고 내 개인적인 일도 하고 무척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가끔 첸이 너무 말을 듣지 않으면 속상해서 눈물이 났고 외출과 외박에 자유롭지 못해 근처에 계신 시어머님께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강아지를 괜히 키워서 고생한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셨다. 강아지에 대한 간섭도 부쩍 많아졌다.


“아니, 개를 데리고 같이 자니? 잠은 따로 자야지!”

“아휴 개 키우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개를 키울 바에야 애를 키우지 차라리! 그렇게 해 가지고 언제 애 가질래?”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걱정되는 마음에서 해 주시는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첸을 어디론가 보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카드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소심한 나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첸의 귀여움과 우리가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어필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저랑 첸이랑 알아서 할게요! 첸은 제 가족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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