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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un 14.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22. 방문교육

네? 우리 강아지 가요?

주말부부를 하면서 첸과 내가 단 둘이 있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바쁜 나를 대신해서 밥을 챙겨주고 첸의 산책을 시켜주던 식이가 없어지니 첸의 자유시간은 점점 줄어만 갔다.

그런 마음을 표출하듯 첸은 배변패드를 찢어놓거나 화장실에 두었던 쓰레기통을 다 뒤져서 거실을 쓰레기 밭으로 만들거나 식탁 의자 쿠션을 물어뜯어 집에 솜박눈(솜+함박눈)을 내리게 하기도 했다.


“으... 첸! 너무하잖아 너!!!”



첸과의 갈등이 생기면서 자꾸만 무엇인가를 탓하게 되었다. 먼 곳에 위치한 우리 집이 싫어지기도 하고(걸어서 애견카페를 갈 수 없어서) 내가 불러도 돌아보지 않은 첸이 미워지기도 했다. 울면서 세나개에 사연을 쓰려고 했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했다.

하루는 첸을 산책시키려고 데리고 나갔다가 목줄에 버클이 고장 나면서 순식간에 첸이 도망간 일이 있었다. 나는 놀라서 첸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갔지만 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그 때, 달려가는 우리쪽으로 들어오는 차가 있었다. 캄캄한 밤이라 가만히 두면 첸이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거의 울다시피 앞에서 오는 남자분에게 강아지를 좀 잡아달라고 소리를 쳤고 동시에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차를 가로막았다. 다행히 첸은 그 남자붙에게 순순히 붙잡 혀 주었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첸의 예뻐하는 마음과 달리 스트레스도 많아졌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초보 개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쪼개어 산책을 시켜주고 간식을 많이 주고 나가는 것 밖에는 없었다. 이제 첸과 내가 단 둘이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서로 힘들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방문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다. 훈련소에 맡겨서 실패했던 기억이 있지만 방문교육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절박한 심정으로 1회만 우선 신청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집으로 훈련사님이 오셨다. 훈련사님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와 비슷한 ‘휘핏’을 기르고 계신다고 해서 왠지 더 신뢰가 갔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강아지와 주인간의 유대감이라고 했다. 맞다. 첸은 내가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아서 병원에 갔을 때 아마 첸이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훈련사님은 첸의 이름을 부르며 오면 간식을 주며 조금씩 첸과의 거리를 늘렸다.


“음, 저.. 고객님. 첸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훈련을 몇 번 반복해 보시던 훈련사님이 뜻밖의 말을 꺼내셨다.


“음, 첸이 기다려를 참 잘하는데 첸하고 불렀을 때 반응이 굉장히 느려요. 그리고 소리가 나는데 귀가 움직이질 않네요.”


훈련사님은 테스트를 조금 해봐야겠다며 빈 페트병이 있으면 달라고 하셨다.


툭, 툭, 툭


훈련사님은 작은 소리부터 아주 큰 소리까지 만들어 첸에게 들려줬다. 우리도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첸의 귀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이지 않았다기보다 계속 귀를 움직이지만 그게 소리가 날 때 움직이지 않았다가 더 맞는 표현이었다.

아주 큰 소리가 날 때는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지만 소리 때문인지 충격에서 오는 진동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훈련사님은 그 날 훈련을 마치고 가며 조심스럽게 청력 검사를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떠났다.


너무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저녁 내내 멍했다. 첸은 귀가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순진하고 행복 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웃음이 났다. 들릴까, 들리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사실은 조금 무서워져서 알고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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