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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un 26.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23. 전화

내가 잘 모르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시댁에서는 우리가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반대를 하셨는데, 그때 자주 말씀하시던 이야기가 있다.


"저기 창녕에 가면 그 개 많이 키우는 곳이 있대. 거기에 갖다 주는 것이 어때. 한 50마리 키운다던데."


예쁜 우리 첸에게 왜 그러시지? 처음에는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반대하는 것이 서운해서 깊게 듣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것은 방문 훈련과  최근에 말썽이 더 심해진 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였다. 주변에서 자꾸만 "첸은 좀 별난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자주들었는데 첸과 같은 강아지를 50마리씩이나 키우는 분이라면 한 마리쯤은 우리 첸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지 않을까, 내가 잘 모르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특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막연히 그분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물농장에도 나왔던 분이라고 하니 어쩌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나오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창녕'을 검색했는데 정말로 게시글이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 전문 켄넬(전문 견사)로 연락처와 블로그도 떡하니 공개되어 있어 망설임 없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아이쥐 한 마리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는 견주입니다. 제가 이 강아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수소문하던 중에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강아지에게 같은 종의 강아지를 만나게 해 주고 싶기도 하고 여쭤볼 것도 있는데 실례가 되지 않으시다면 방문을 해도 될까요?'


일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남겨두었던 전화번호로 문자가 왔다.


'네~ 가깝네요. 시간 나실 때 언제든 방문하셔도 됩니다.'


너무 실례이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한 번에 사라지는 답이었다. 그렇게 답변을 받고 한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여름과 추석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가는 날짜를 정하려고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고 이참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저희 강아지가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고 사람이 들어와도 꿈쩍 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아이쥐(이탈리안 그레이하우드)들이 원래 조금 둔한 편인가요? 병원에서는 유대감이 부족해서 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이라고 하던데... 아! 그리고 얼마 전에 방문교육을 받았는데 훈련사님께서 조금 이상하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이렇게 말을 하자 그분께서 갑자기 느닷없이 첸의 몸 색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는 당황하며 아, 몸은 흰색이고 얼굴에는 바둑이처럼 반쪽이 검은색이에요. 반대쪽 얼굴에 검은색 점이 하나 더 있고요.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음... 그런 색상은 사실 아이쥐에 없는 색상이거든요.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들리지 않는 아이인 것 같아요."


아이쥐는 본래 올 화이트 색이나 바둑이 색이 나오지 않는 견종인데 미국에서 계량이 되면서 이런 견종이 나오기 시작했고 몇몇 강아지들에서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첸이 말썽 부렸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퍼즐이 맞춰지듯 딱딱 들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정말로 그랬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첸에게 소리를 질렀던 내가 너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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