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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Apr 13.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18. 애견 운동장

어린 강아지라 역시 그런지, 첸은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자서 개껌 축구를 하며 놀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나를 위한 선물(?)을 온 바닥에 널브러 뜨려 놓았다. 중성화를 하고 난 뒤, 우리는 개집사로서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로 했다.


주변에 애견카페가 많았지만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거나 하더라도 문제가 많이 있어서 첸이 답답해할 것을 알면서도(뛰어놀 공간이 잘 없어서) 카페에 데려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첸과 애견카페에 가 보기로 했다. 이리저리 갈만한 곳을 찾다 보니 야외 잔디밭이 있는 애견 운동장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곳곳에 애견 운동장이 생기는 추세인 듯했다.

애견 운동장은 어느 정도 넓은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도시의 외곽에 있는 편이다. 우리는 차가 밀릴 것을 예상하고 오픈 시간 11시에 맞춰서 들어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했다.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운동장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아무도 없었고 의외로 시설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야외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첸을 풀어놓자 첸은 운동장에 상주하고 있는 작은 강아지들을 쫓아다니며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한창 길게 자란 풀들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어느새 첸의 몸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털이 긴 작은 강아지들도 어느새 풀밭에 지쳐 쓰러져 헥헥대고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애견 운동장의 한편에 있던 커다란 야외용 풀장에 강아지들을 풀장에 한 마리씩 집어넣어주었다. 우리도 따라서 첸을 조심스레 밀어 넣었는데 우리는 다 같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첸은 다리가 길다 보니 물이 겨우 몸통을 젖힐 정도여서 헤엄을 치기는커녕 나가고 싶다고 벽을 붙잡고 사람처럼 계속 서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첸은 모처럼 기분 좋게 뻗어있었다. 드르렁 코를 골기도 하고 다리를 휙휙 저으며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첸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또 그곳에서 열심히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있을까, 나는 첸을 바라보며 다음에 또 데려갈게. 하고 다짐했다.




첸의 매력포인트 구경오세요 :)

instagram @dal_e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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