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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Nov 08.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1. 마음에 드는 풍경

함께 숨 쉰다는 것.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하고 상상을 했을 때 떠올랐던 풍경들이 있었다. 넓고 깨끗한 집에 예쁜 그림들을 걸어두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따뜻한 색감의 조명. 그리고 집 안의 어느 한 켠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나는 털 달린 동물이라면 뭐든 다 좋아했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혐오하는 쥐도 나는 귀엽게 느껴졌다. (사실 가까이서 본다면 좀 놀랄 수도 있겠다.) 자취를 하면서 탁묘(주인이 있는 고양이를 임시로 맡아서 대신 키워주는 것. 탁아소 같은 개념)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얼마나 심했던지 매일 아침 눈두덩이가 퉁퉁부어 안약과 알레르기 약을 달고 다니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온기가 너무 좋아서 귀여운 발이 만지고 싶어서 또 그렇게 고양이의 배에 얼굴을 비비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매일 아침 지옥 같은 가려움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강아지를 키우는 것보단 손이 상대적으로 덜 가는 (하지만 고양이도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한다.) 고양이가 낫겠다고 생각이 들어 결혼을 하면 꼭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해 와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랬던 나의 계획과 달리, 나는 낯선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한 침대를 나눠서 쓰고 있다. 이 당당한 강아지들은 내가 밖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10시쯤 알아서 침대 위로 들어가 자고 있다. 가끔은 온 이불을 다 헤쳐서 동굴처럼 만들어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자고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나는 이불속에 얼굴을 쑥 들이밀어 잠자고 있는 두 강아지의 배에 얼굴을 비빈다. 이불속은 난로를 틀어놓은 듯 따뜻하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어느새 같이 살게 된 두 마리의 강아지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곤히 잠든 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를 모르는 남녀가 만나 결혼할 확률도 엄청나게 낮은데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다를까. 게다가 각각 청주와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게 된 둘은 어떻게 이리도 닮아 있는지. 인연이라는 단어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 아닐까. 






입양을 한 두 마리의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와 두런두런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있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함께 나눠요 -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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