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강쌤은 다시 시작했다.
내 주소록에는 같이 수업했던 아이들의 학부모님 번호가 제일 많다. 목록을 찬찬히 보니 오래전에 수업을 그만둔 아이들 번호는 이젠 지워야 될 법도 한데, 언젠간 다시 만날까 싶어 삭제하지 않은 탓이다. 그동안 꽤 많은 아이들을 만나왔구나, 다들 지금은 잘 지낼까 싶은 생각이 연달아 든다. 전해 듣기로는 내년 초까지 주민센터 수업은 계획이 없다는데, 미리 받아놓은 재료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다. 혹시나 미술 수업이 다시 시작하길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어, 방문수업을 제공한다는 연락을 먼저 해볼까 싶은 마음이 동한다. 혹여 학부모님께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싶지만, 수업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니 그 부분은 손을 놓겠다.
개인수업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한 뒤, 고심 끝에 단체문자를 보냈다. 센터 수강료와 방문수업은 금액 차이가 있으니, 어떤 반응일지 내심 궁금했다. 한두명만 수업한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감사할 준비가 돼있었다. 4년 전 주로 방문미술 수업을 다닐 때, 여기저기 차로 운전하며 이동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코로나가 닥쳤어도 머뭇거렸다. 시간에 쫓기느라 늘 마음이 급했고, 신호와 속도위반 스티커가 한 달이 멀다 하고 날아왔으니, 아주 정신없이 수업을 다닌 게 확실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라도 수업을 하고 싶다. 처음엔 내가 돈을 벌다 안 벌어서 이렇게 불안하나 싶었다. 물론 돈도 돈이지만 적게 벌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만, 아이들과 수업할 수 있다면 마음의 폭풍이 좀 잦아들 것 같았다.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싶은 건지, 알고 보니 내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한 건지 확실치 않지만, 움직이고 싶은 건 명확했다.
대부분은 답변이 없으셨지만, 두 세분 정도 연락이 오셔서 수업을 원한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놀라고, 또 감사하고.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혼자 어찌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이제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젠 단기 알바 가능 여부를 묻는 아웃소싱 업체의 전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다. 수업이 중단되자마자 방문수업으로 태새전환을 했더라면, 지금쯤 자리잡지 않았을까. 코로나가 지나가 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움직이는 편이 더 빨랐구나.
강쌤은 다시 수업을 시작했고 방식은 바뀌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하반기 때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