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주)알에이치코리아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그러니까 난 내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게 아니라, 보통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거야. 난 내가 부러워할지도 모를 여행을 하고, 미래가 여전히 닻을 올리고 있고 미래의 지도가 아직 그려지지 않은 다른 젊은 탐험가를 위해 출발점 역할이나 하는, 영원히 정지된 닻이 될까 봐 두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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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 하지만 분노는 원래 다 그런 거야. 다만 그게 하찮아 보였기 때문에 난 억눌러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야. 그런 면에서 분노란 본질적으로 우리가 표현하지 못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 다시 말해 그것은 감정을 유독하게 만드는 불평 자체라기보다는 침묵, 몸에 독을 넣어 오줌으로도 뽑아낼 수 없게 만드는 것에 더 가까운 거야, 그런 이유로 내가 덜 숙성한 보졸레를 닮은 크랜베리 주스를 조심스럽게 골라 어른 행세를 하려고 애쓰는 동안 내 깊은 곳에선 버릇없는 새끼가 똬리를 틀고 있었지. 당신이-남자아이-이름들을 떠올리는 동안, 난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모든 것- 기저귀 갈기, 밤잠을 설치기, 축구 연습장까지 태워주기-들을 떠올리며 내 뇌를 고문했어.
-p93
그렇긴 해도 난 그 밑에 놓여 있는 게 두려웠어. 밑바닥에서 내가 내 인생을 증오하고, 엄마가 된 것을 증오하고.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단 이유로, 내 일상을 똥오줌과 케빈이 좋아하지도 않는 쿠키들의 영원한 흐름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당신 아내가 된 것까지도 증오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
-p295
난 그 애가 결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나에 대한 친밀함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그건 우리가 함께 이런 은폐 공작을 벌이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숨기고 있는 바로 그 폭행의 순간에 케빈 역시 탯줄의 어마어마한 힘으로 인생 전체가 확 끌려가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이야. 그때만은, 나도 내가 그 애 엄마라는 걸 깨달았어. 그렇게 그 아이도 피터팬처럼 놀이방을 몹시 놀라 횡단하는 동안, 자기가 내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거야.
-p314
당신이 둘 중에서 케빈이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내가 보기에 케빈은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상관하는 것들을 갖고서 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좌절시키기 위해 여기에 온 반면, 셀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으로 인생을 살 가치가 있는 걸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이곳에 도착한 거였어. 떨쳐낼 수 없는 그 끈적끈적한 것을 갖고서 말이지. 분명히 그건 일종의 지능을 구성하는 거야.
-p355
버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지극히 예술가가 되어야 해. 그리고 파괴에는 소유권이 있는데, 그건 바로 친밀함이야. 파괴에도 책정이 있다는 뜻이야. 그런 식으로 케빈은 데니 코빗과 로라 울포드를 자기 품에 꼭 껴안고 그들의 심장과 취미들을 모두 빨아들였어. 파괴는 욕심보다 조금 복잡한 것에 지나지 않는, 오판에서 비롯된 일종의 서투른 탐욕의 자극을 받는 건지도 몰라.
-p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