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5 / (주)보림출판사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친구가 턱 하고 건네준 그림책.
어른 그림책은 처음이다- 싶었는데, 왠지 기대가 됐다는.
제가 살던 집은 낡았으나 특별했습니다. 그곳에 찾아오고 함께 살던 동물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담벼락 구멍으로 주둥이를 내밀며 인사하던 강아지, 볕 좋은 날길에 누워 일광욕하던 고양이, 날마다 마당에 찾아오던 산비둘기 부부, 마음을 설레게 하던 라일락 향기, 어두운 골목을 따스하게 밝혀 주던 주홍빛 가로등, 작은 틈새마다 비집고 피어나던 민들레.. 이런 풍경들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풍경 속에서 스며든 너구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남아 있는 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소식을 알 길 없는 그들, 사라진 집과 동네와 그곳을 떠나면서도 떠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보냅니다.
-마지막 장
페이지 한 장마다 정성 가득한 그림이 있었다. 하나하나 어떻게 다 그렸을까 싶다. 여운이 남는 글과 각자 스토리를 품은 그림들에 한동안 폭- 빠졌다. 이게 그림책의 매력이구나.
아주 어릴 때 한번 주택에 살았는데, 그 집은 아직까지 그 동네에 있다. 그 뒤론 계속 아파트에 살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 아파트도 본래 모습은 그림책에 나오는 사라진 집이 아니었나 싶다. 이젠 고양이들은 일광욕 대신 지하주차장에, 가로등은 CCTV 옆에, 민들레는 화단에만 있다. 이런 풍경이 익숙했는데, 책을 읽으니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집은 쉬면서 정을 붙이는 곳인데도, 무의식적으로 언젠간 떠나야 할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작 평생 살게 될 집은 더 나이가 들고 은퇴한 다음에 갖게 될 것 같달까. 그곳엔 날길에 고양이가 일광욕을 할 수도 있겠고, 비둘기가 지붕에 둥지를 틀 수도 있겠지. 그런 상상 만으로도 마음이 듬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