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반성할께.]
이상하게 유독 수업이 잘 안 풀리는 날이 있다. 모든 걸 치밀하게 준비해도, 아이들은 늘 상상밖의 일을 만들어내니, 사실 완벽한 수업은 드물다고 볼 수 있지만, 그날따라 더 산만한 날이 꼭 있다.
원인은 100% 선생님에게 있다. 수업 내내 치밀어오는 자책감 때문에, 수업은 더 말린다.
대부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주제를 선정했거나, 내가 어렵게 설명한 탓이 확실하다. 이 정도는 이해하고 잘해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들은 6,7살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는 어른인 나나 잘할 수 있던 거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완성 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 우리 수업은 이쯤 하고~ 이제 퀴즈나 하고 놀까~?"
" 네에~~~~~~~~~~~~~~~~~~~~~~~~! "
그리는 것으로 수업 주제를 전달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전하고 싶었다. 퀴즈라 해봤자 많은 힌트로 답을 거의 알려주는 셈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치열하게 손을 번쩍번쩍 들고,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답을 말한다.
답을 맞히지 못해도 모두에게 스티커를 주지만, 정답! 을 듣고 받는 스티커는 아마 더 반짝여 보일 테지. 같은 문제를 두세 번 내기도 하고, 단어의 앞뒤만 바꿔서 재 질문하기도 한다. 참여도와 집중력 100%의 수업이 가능해진다. 나는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기 전에, 혹시 오늘 수업이 어렵진 않았냐고 꼭 물어보는데, 퀴즈를 한 날이면 그 누구도 어렵다고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날은 1년째 수업을 같이 하고 있는 초록이가, 배시시 웃고 몸을 배배 꼬면서 나에게 쪽지를 건넸다.
교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강쌤의 한숨은 꽤 깊어진다. 어째 10년이 다돼가도, 수업 주제 하나를 연령에 맞춰 선정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과, 아이들에게 한 잔소리들이 아직 목젖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록이는 나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했다. 심지어 하트를 2개나 그려줬다. 내가 과연 이만큼의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의 부족함에 많이 머쓱해진다. 다음번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더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방법을 찾아야지. 9년 내내 했던 다짐을, 오늘도 또 하는 수밖에 없다. 초록이에게 하트를 3개 받는 날까지, 다짐하고 또 다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