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선생님, 단풍잎 선물로 줄까요?

[덕분에 가을이네.]

by grim jari


#4. 선생님, 단풍 선물 줄까요?




어떤 아이의 눈동자에는 햇빛이 반짝 반짝이고, 다른 아이의 입에서는 장난기가 간질간질거린다. 어쩜 저렇게 오랫동안 반짝이고 간질거릴 수 있을까 싶어 찬찬히 바라보면, 그건 아이들이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때론 그 반짝임에 눈이 부셔 인상이 구겨지고, 간질거림에 손사래를 치기도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오랫동안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임을 나는 늘 기억하려 한다.


노랑이와는 2년 동안 미술수업을 함께 했다. 1학년 때는 갓 고개를 내민 새싹 잎 같았는데, 2학년이 된 노랑이는 제법 튼튼한 뿌리를 뻗어가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망울만큼 호기심도 많고, 의욕도 넘치는 노랑이는 제 작품이 성에 찰 때까지 다시 그리는 아이였고, 여태껏 친구의 작품을 따라서 그리는 법이 한 번도 없었다.


종종 강쌤의 안내보다는 자신의 의견에 따랐으며,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하는 순간에는 금세 코끝이 빨개졌다. 그 모습에 마음이 확 약해져, 매번 노랑이의 생각대로 해보라고 말했으니,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작품을 완성해 내는 아이였다.



1.JPG ' 노랑이가 준 단풍 선물 '



얼마 전 수업 시작 전에, 노랑이가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더니 항상 매고 다니는 작은 크로스백을 나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 선생님, 단풍잎 선물로 줄까요~?

" 어머나, 선생님한테 줘도 돼~?"

" 네! 하나만 줄게요~ 가방에 엄청 많아요~ "


크로스백 자크를 여니 정말로 그 안에 단풍잎이 자글자글하게 들어있었다. 그중에 선물이라며 주는 단풍잎 한 장. 나는 여태껏 그렇게 이쁜 단풍잎은 본 적이 없다.


노랑이는 길가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가방에 조물조물 넣었을까. 야무지게 겹쳐 넣은 단풍잎이 하나도 부서지지 않은걸 보니, 작은 손으로 곱게도 주웠나 보다.


가을이네, 하고 사진 보듯 풍경을 지나치던 나와는 다르게, 노랑이의 세상은 울긋불긋 완연한 가을이었다. 어쩌면 갖고 태어난 것들의 빛을 써가며, 어른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를 다 썼고, 이미 잃었을지 모르지만, 부디 아이들은 그러지 말기를- 노랑이의 가을과, 배시시 함이 오랫동안 지켜지기를. 높디높은 가을 하늘에 대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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