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글-맛:하피스, 잔혹한 소녀들(에어버리 비숍)

2021.8.9 / 대원씨아이(주)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친구가 읽어보라고 건네준 책표지의 소녀 표정이 잔혹하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했다.

제법 두꺼웠는데 몇 장 안 읽어도 집중이 잘 되는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그레이스가 우리 무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그레이스에게 잘해주려고 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러나 매켄지는 그레이스가 가진 순종적인 면을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매켄지는 그레이스를 손안에 넣고 마구 휘둘러댔다. 그레이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닫고 매켄지가 원하는 대로, 나중에는 우리 모두가 시키는 대로 했다.
-p107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학폭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단념, 그 마음먹음 하나로 학폭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듯하다. 정말 그들은 처음엔 그레이스에게 잘해주려고 했을까? '잘해주려고 하는 것' 조차 권력자의 시선 아닌가?


에밀리, 치료사라면 누구나 당신과 같은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잖아요. (중간 생략) 우리의 일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론 스스로 헤쳐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요.
-p138


나도 간혹 느끼는 부분이다. 삶이 힘들다고 말하며 해결 방법을 묻지만 헤쳐나갈 의지보다는, 억울해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진 않은지. 명백히 피해 받은 입장을 계속 유지하며 계속 슬퍼하고 싶은 게 아닌지 말이다.



내가 알던 올리비아는 절대 우울증에 시달릴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증을 곧잘 숨기곤 한다. 언제 미소를 짓고 언제 웃음을 터트려야 할지 잘 알며, 상황에 맞는 말을 잘도 골라 한다. 우울증이 극심해져 맞서 싸울 힘이 소진되어버리는 상태가 될 때까지.
-p173


우울증을 숨긴다는 것. 현대인들의 특기 아닐까.

정말로 심해지면,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할 테니까.

이 책은 학생 때 학폭을 행한 주인공이 후에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겪는 일을 엮은 소설인데- 영화로 본다면 식상할듯한 스토리가 글로 전개되니, 꽤 스릴 있고 재밌었다.

제목처럼 잔인한 소녀들, 하피스들의 결말이 뭔지 알고 나니 폭력의 대물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