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글-맛:버지니아 울프의 방(버지니아 울프)

2021.12.1/이다북스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이름도 많이 들어봤고, 마니아층도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계속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됐다.

왜 유명한가 궁금했었는데 다 읽고 보니 느낌이 온다.




100년 후에는 여성은 보호받는 성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한때 거절당했던 모든 활동과 힘든 일에 참여할 것입니다. 유모는 석탄을 운반할 것이고, 가게 여주인은 기관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여성이 보호받는 성이었을 때 관찰된 사실을 토대로 한 모든 가설은 사라질 것입니다. ~ 여성이 보호받는 직종을 벗어나 문을 활짝 연다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85


뭐랄까. 마치 자신은 여성이 아닌 것 마냥 성에 대한 시선과 표현이 사실적이다. 틀린 말 하나 없는 그녀의 서슬 퍼런 글에서 몇 가지 부끄러운 일들이 떠오른다. 당연한 듯 남성에게 물리적인 힘을 도움받고, 여성이 군대를 가지 않는 것 또한 보호받는 것이 틀림없음으로.


세상 모든 요소가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전부 온전한 형태로 나오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대부분은 물질적인 상황이 그것을 방해합니다. 개는 짖을 것이고, 사람들이 방해할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만 하고, 건강은 망가질 것입니다. 게다가 이 모든 어려움을 키우고 더욱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악명 높은 세상의 무관심입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시나 소설이나 역사를 쓰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p107


세상의 무관심. 작가에겐 치명적인 두려움 중에 하나.

망가진 몸으로 꾸역꾸역 돈을 버느라, 또는 사람들의 방해로 작가의 생각이 그 속에만 갇혀버린다면-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역사가 될 것 같다.



'창조적인 직업에 가장 유리한 마음 상태는 무엇인가'라는 본래의 물음으로 되돌아가서, 예술가들의 이런 민감함은 두 배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예술가의 정신이 자기 안에 들어있는 작품을 남김없이, 온전하게 표현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감당하려면 셰익스피어의 정신처럼 눈부시게 작열해야만 합니다.
-p115


예술가의 민감함은 예술가를 좀먹는다. 표현하기 위한 애씀과 노력은 평생 놓을 수 없고, 남김없이 작열했는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여성도 남자 형제와 마찬가지로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해야 하고, 노력을 쏟을 분야가 필요하다. 여성은 지나치게 엄격한 구속과 완전히 정체된 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p139
두 가지 성이 이 세상의 다양함과 광대함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면, 어떻게 한 가지 성으로 해낼 수 있겠습니까? 교육은 두 성의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찾아 이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점은 이미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p175


두 성의 차이점을 찾아 강화한다는 생각이 인상 깊다.

여성이 대통령도 하고, 가장의 역할도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녀의 글이 공감 가는 이유는- 내게도 성에 대한 고루한 고정관념이 꽉 박혀있다는 뜻이겠지.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작가다,

처음엔 그녀의 흐름에 같이 넘실대서 내용이 잘 안 잡혔는데, 그 느낌마저 진짜 새로웠다. 마치 작가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다른 책은 어떤 흐름일지 궁금하다. 다들 이렇게 그녀의 팬이 되는 건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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